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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중광, 이외수 셋이서 문학관 & 북한산둘레길 9구간 마실길 나들이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북한산 둘레길 탐방기: 북한산둘레길 9구간 마실길 & 은평 한옥마을 천상병, 중광, 이외수 셋이서 문학관

북한산 둘레길 9구간 마실길에 갔더니, 마실길 초입이 은평 한옥마을이었습니다. 그 곳에 천상병, 중광, 이외수 시인의 작품이 전시된 셋이서 문학관이 있었습니다. 마실길을 걷고 문학관을 둘러보는 것까지 한 시간 남짓 걸렸는데, 아기자기 볼거리가 꽤 있었습니다.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 모으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있는데, 재미가 쏠쏠합니다. (링크: 북한산 둘레길 패스포트 드디어 구입! 운동 싫어하는 사람을 자극하는 스탬프 미션)


북한산 둘레길 9구간 마실길 : 조경이 잘 된 예쁜길


10구간 내시묘역길과 이어져 있을거라 생각해서, 704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입곡삼거리에서 내렸습니다. 그러나 휑한 도로를 한참 걸어도 둘레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휑한 도로 가에 군부대 근처에서 자주 보던 바퀴달린 바리케이트들만 놓여있었습니다. 황량하게 차들만 쌩썡 지나는 길을 따라 가노라니, 아니나 다를까 군부대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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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부대 라고 합니다. 앞에 유령 로고도 붙어있는데 멋있었어요.

팬텀 부대를 지나 조금 더 가다보니 <방패교육대앞>이라는 표지가 나오고 북한산둘레길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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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길은 이름처럼 살살 산보하기에 좋은 길이었습니다. 편편한 길을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 놓았어요. 예쁜 시골길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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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산들 나들이 나온 기분으로 걷기 좋은 길이라 그런지 이 곳은 어린 아이들과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북한산 둘레길을 이제 고작 다섯 군데 정도 가보았을 뿐이나, 북한산 둘레길마다 특색이 확실합니다. 7구간 옛성길은 난이도 때문인지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은 없었고, 흙과 바위길이라 맨발로 걷는 분들이 많았고, 8구간 구름정원길은 커플이 은근히 많았고요. 길의 특색에 따라 많이 찾는 사람들도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마실길은 근처에 산다면 밥먹고 산책하기 딱 좋은 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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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길 구간 중간에는 북한산 계곡 음식점들이 있습니다.

계곡 옆에서 평상에 앉아 고기와 술을 마실 수 있는 명소입니다. 운동하다가 여기서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 먹겠다며 옆길로 새는 사람도 꽤 많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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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길 포토포인트 구간 옆에는 사진처럼 은행나무가 즐비하게 서 있는데, 여기 서서 인증샷을 찍고 있노라니 지나는 사람마다 자신이 아는 명소를 이야기 했습니다. "이야, 여기 거 뭐냐 남이섬 그거, 메타세콰이어 길 같다~" 라는 분도 있고, "이야~~ 미국의 내셔널 파크 같네~" 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실은 그 정도로 울창한 숲은 아닌데, 쭉쭉 뻗은 은행나무가 예뻤습니다. 지금은 단풍도 알록달록 들어 마실길이 더 예뻤어요. 마실길은 구간이 짧아 금방 은평뉴타운 한옥마을 부지에 도착했습니다. 은평한옥마을 부지가 마실길의 시작이자 끝인가 봅니다.



천상병, 중광, 이외수 - 셋이서 문학관


한옥집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어 한옥마을부지를 두리번 거리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조금 걷다보니 '셋이서 문학관'이라는 것이 보였습니다. 천상병, 중광, 이외수. 세 분의 문학관 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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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은 적혀있고, 입장료는 적혀있지 않아 들어갈까 말까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어떤 할아버지가 들어가시는 것을 보며 혹시 문인협회처럼 회원들만을 위한 폐쇄적인 공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근처를 지나는 부부가 하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여기가 원래 은평 한옥마을 모델하우스 였는데 그걸 문학관을 만들었나보네. 은평구에서 만든거야."


은평구에서 만든 곳이라면 사적인 공간은 아닌 것 같아, 댓돌에 신발을 벗어놓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앞서 들어가신 할아버지가 보시더니 "어서 오세요. 2층도 있으니 편안하게 둘러보세요." 라며 친절히 맞아주셨습니다. 문학관도 둘러볼겸, 2층 한옥집 내부도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1층은 주방과 거실이 꾸며져 있는데, 사랑채처럼 나와있는 거실이 아주 멋스러웠습니다. 거실에는 창문과 창문 사이에 자그마한 책장들도 있어 더 멋졌습니다. 여름에 창문 열어놓고 앉아서 밖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 좋아질 것 같았습니다. 겨울에는 마루에 담요 한 장 깔고 고구마 같은 것을 구워 먹으며 뒹굴거리면 너무나 좋을 것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2층에도 거실이 있고, 2층은 주방이 없는 대신 방이 2개 있었습니다. 문학관으로 바꾸면서 방마다 각 시인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듯 했습니다.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나무들을 덧대어 놓아 좁고 답답한 느낌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시들은 짧은 몇 문장이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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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난은 -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


돈에 대한 참 명쾌한 가치관 같았습니다. 오늘 밥 먹을 수 있고,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것으로 족하지만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것, 그것이 조금 아쉬운 것... 그게 가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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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에는 이외수 선생님의 작품과 원고 뭉치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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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뭉치에 적힌 글씨체와 그림들이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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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둥글둥글한 이외수 선생님 필체가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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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간에 엎드려 글을 쓰셨을 것 같습니다. 이외수 선생님은 TV에 자주 나오셔서 그런지 이 공간을 와 본 적이 있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천상병 시인 하면 <귀천>이 딱 떠오르고, 어줍잖게라도 몇 구절 외우는 것과 달리, 이외수 선생님은 다소 연예인처럼 (파워 트위터리안처럼..) 알고 있을 뿐, 선생님의 대표작이 뭔지도 잘 모르고,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는 듯한 착각을 하고 있었을 뿐, 정작 저는 이외수 선생님에 대해 긴머리, 동그란 안경, 비쩍 마른 몸, 같은 것으로 알고 있었나 봅니다. 저의 무식함을 깨달으며 옆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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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광스님의 시 두 편이 전시되어 있는데, 읽다가 빵 터졌습니다. 가갸거겨, 나는 걸레, 라는 시 인데 가갸거겨를 옆에 영문으로 번역해 놓아서 더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키득거리다가 갑자기 "괜히 왔다 간다" 라는 문구에 턱 걸렸습니다.


괜히 왔다 간다니......

이외수 선생님에 대해 모르는 것 못지않게 중광스님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왠지 퉁명스럽게 '괜히 왔다 간다'며 인생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습니다.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고, 오늘도 보람차게, 내일도 보람차게,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한다며 아둥바둥 살고 있는데.... '괜히 왔다 간다'는 참 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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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할아버지가 '잘 보셨어요? ^^" 라고 인사를 건네시며, 방명록 하나 남겨달라고 하셔서 남기고 나왔습니다.

기념삼아 문학관 사진을 찍어 두려고 하는데, 들어갈까 말까를 머뭇거리는 사람들 몇 팀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저처럼 개인사유지같은 느낌때문에, 혹은 괜히 볼 것도 없는데 입장료만 비쌀까봐 망설이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입구에 '입장료는 무료이고, 편히 구경하시라'는 입간판이라도 하나 세워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홍보가 되었으면 좋겠던 것은 '작품판매'였습니다. 죄송스럽게도 관리하시는 듯한 노신사 할아버님 두 분의 대화가 들렸는데 (딱히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1층에서 세 분의 작품도 판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담긴 액자를 팔고 있는데, 아마도 그 역시 사람들이 파는 것을 몰라서 못 사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셋이서 문학관은 많은 자료가 있는 볼거리가 많은 문학관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아둥바둥 살지 않는, 유유자적 버들잎처럼 사는 분들의 문학관이라서 그런지 짧은 문구 하나 하나에서도 돈, 삶, 목표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볼 거리가 없는데, 고작 문장 한 줄 두 줄 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에 돌을 던지는 것이 시인의 힘인가 봅니다.



산세가 아름다운 은평 한옥마을


셋이서 문학관을 둘러보니, 창호지를 두 겹으로 바른 손잡이가 달린 창문과 슬라이드식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게 되어 있는 방충망, 탁 트인 1층, 2층 거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셋이서 문학관이 원래 한옥마을 체험공간이었다는 이야기에 더 유심히 보기도 했지만, 어느덧 집을 보면 "이런 집은 얼마나 하나?" "인테리어 이런 부분 좋네." 같은 것을 보고 있는 저 자신에 흠칫 놀랐습니다... 이왕 집구경을 시작한 김에 셋이서 문학관을 나와 옆쪽에 짓고 있는 한옥들도 구경했습니다. 한옥마을 단지 공사현장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국화향기가 몹시 달콤하게 나서 보니, 작은 뒷산에 국화가 가득 피어있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꽃향기가 나는 집이라니... 이런 곳에 살고 싶었습니다.


살고 싶다는 생각에 둘러보니, 생각보다 부지가 약간 작고, 그 부지에 한옥을 지으면 빌라처럼 여유공간없이 부지 전체를 꽉 채워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집도 좀 작습니다. 또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아 보였습니다. 지금은 한옥마을 부지에 집을 짓는 중이라서 차가 없지만 이사를 들어오고 집집마다 차가 한 두대씩 있으면 주차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어요. 흐흐흐... 집보러온 아줌마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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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보니, 들어올 주민들을 겨냥한 음식점과 찻집도 한참 공사중이었습니다. 영업을 시작한 멋스러운 한옥 카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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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마실까 하고 보았는데, 카페베네였습니다. 기왕이면 이 곳에만 있는 특색있는 전통카페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흔한 체인점 먼저 들어와 있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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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뉘엇뉘엇져서 집에 오려고 하나고등학교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보니, 한옥마을 뒤의 산세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이런 곳에 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보통 북한산 둘레길 걸으면서 마음을 비우게 된다던데 어찌하여 저는 점점 물욕이 가득 차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실길을 걷고 나서는 은평 한옥마을로 이사오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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