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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체육관 자원봉사자가 전하는 세월호 실종 학생 부모님들의 진짜 실제 상황

· 댓글개 · 라라윈

진도 체육관 자원봉사자들이 올리신 세월호 실종 학생 부모님들의 진짜 의견과 상황

느지막이 점심을 먹으러 집 근처의 40년 되었다는 만포면옥을 찾았습니다. 행복한 토요일의 맛집 데이트였어요.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사장님이 리모콘을 들고 오더니 옆에 걸려있던 대형 벽걸이 TV를 켰습니다. TV에서는 계속해서 세월호 침몰 사건만 나왔습니다. 며칠 째 TV뉴스, 페이스북, 트위터, 커뮤니티에서 온통 세월호 침몰사건만 듣고 있었기에 지겨웠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의 원인 분석이랍시고 내 놓은 것이 선장 죽일 놈, 항해 승무원들 나쁜 놈이라는 식이고, 선장과 항해 승무원들이 다 도망간 사이 남아있던 승무원과 남인철 선생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 한 명 한 명 구명조끼를 입혀주며 아이들을 구하다가 결국 생명을 잃으셨다는 이야기에 냉면을 후루룩 거리다 말고 TV를 흘깃 쳐다보았습니다. TV에서 그렇게 얼굴을 마구 공개해도 되는지 모르겠으나, 남인철 선생님의 영정사진을 보니 저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남인철 선생님의 부모님은 또 얼마나 마음이 미어질까요. 빈소에서는 연도 소리가 흘러나오고 저도 모르게 냉면 먹다 말고 눈물이 났습니다. 그러나 제가 뭐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것이 돕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원래 저는 무슨 일이 있다고 나서서 뭘 해 본 적도 없는 방관자 입니다. ㅠㅠ
그냥 제 할 일이나 하고 있다가 밤을 꼴딱새우게 된 것은 새벽의 황당한 속보 때문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세월호 뉴스 특보가 전면 중단된 것 입니다. 끊임없이 누구탓만 해대는 뉴스 특보가 지겹기는 했어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켜보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모든 채널에서 뉴스 특보가 전면 중단되니 황당했습니다. 뉴스 특보가 중단된 가운데 진도 체육관에서는 어마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정부부처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하였으나 담은 없고 윗분들과 이야기를 하라는 말을 들으신 학부모님들이 정말 우리나라 최고 윗분과 이야기를 하려고 버스를 대절해서 청와대를 찾아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버스를 대절하는 상황을 보고 진도 체육관에 숨어있던 사복경찰이 (거기 왜 사복경찰이 숨어있던 걸까요.ㅡㅡ;) 바로 조치를 취해 학부모님들이 대절한 버스는 오지 못하게 되었고, 대신 닭장차 10대가 출동하여 학부모님들을 에워쌓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불법 선거에 대한 모임이 있을때마다 종로와 시청 일대를 에워싸던 그 기술을 그대로 학부모님들께도 썼나 봅니다. 영상 보면 학부모님들도 "내 새끼 살려내" "내 새끼 돌려줘" 라면서 울고 계시고, 영상에 찍힌 어떤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얘들도 울고 있어." 라며 막아선 의경들도 울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꼴일까요.


학부모님들은 대절한 버스 대신 경찰차만 출동하자, 걸어서 목포역까지 가시겠다고 나서셨다고 합니다. 학부모님들은 처음에는 저마다 자신의 아이들 이름을 부르다가 지금은 내 새끼 살려내라라고 소리치시며 새벽에 걷고 계신다고 합니다. 4일째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드셨을 분들이 지금 무슨 기력으로 그 먼 길을 걷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이 청와대를 향해 땅끝 진도에서 부터 걷기 시작한 시점에 갑자기 생존자가 한 명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온 국민이 간절히 바라던 기적이 아닐까 설레이던 것도 잠시였습니다.



오늘 새벽동안 진도에서 벌어진 일을 압축적으로 요약해주신 글 입니다.


그리고 새벽 6시 10분 현재 학부모님들은 4시간째 서울을 향해 걷고 계시다고 합니다. 힘들게 걸으면서 사람들을 위해 진도의 현지 상황을 페이스북으로 보도해 주고 계시는 이재양님꼐 정말 감사드립니다.


울화통이 터지는 가운데, 비교적 침착하게 진도 체육관 현장의 상황을 전해 준 자원봉사자 분들과 가족들이 계셨습니다. 저 혼자 읽으며 울다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 너무 다른 진도 체육관의 실제 상황에 울분이 터져 한 명에게라도 더 알리고자 쓰신 글인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 저도 지금 감정이 격해진 상태라 이렇게 가져오고 올리는 것이 맞는지 판단이 흐린 상태입니다. 올리면 안 되는 것을 가져온 것이라면 따끔히 말씀해주세요.






저같은 사람은 모니터와 키보드만 붙들고 있는 사이, 재능기부를 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님과 학생들이 몇 날 밤을 세워 세월호 모형을 만들어서 구조 작업에 도움이 되라고 전달했다고 합니다.


한국 임상 심리 학회에서는 자원봉사를 해주실 임상심리 전문가님들을 찾고 있습니다. 정말로 상담하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교황님은 기도로서 재능기부를 하고 계십니다.


저는 블로그에 지금 상황을 알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어 키보드를 붙들고 앉아있습니다.
제발 지금 행군하고 계시는 부모님들께 별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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