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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온라인에서 보는 것과 너무 다른 유가족

· 댓글 40 · 라라윈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유가족

최근 친구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남자친구는 연애하고 사귀다 헤어질 수도 있지만, 친구와의 우정은 비교적 영원할거라고 순진하게 믿었는데.... 아니라는 현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변했고 변하고 있는데, 친구도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변하기에... 관계가 달라집니다.

또 다른 면은,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을 보는 다른 눈이 떠진 탓 입니다. 어떤 친구는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제가 알던 것보다 더 훌륭하고 대단한 친구도 있고, 어떤 친구는 예전에는 몰랐는데 그냥 저를 이용해 먹기만 했던 사람도 있습니다. 친구들의 대단한 면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떠진 것은 기쁜 일이나, 저를 이용해 먹는 부분에 눈이 더 떠진 것은 괴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주말 오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어서, 다른 이야기를 하다 말고 이야기는 친구 문제로 돌아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은 깨달음을 하나 얻었습니다. 친구 관계도 결국 박수치는 것과 같아서, 어느 한쪽만 일방적인 경우는 없다는 단순한 사실 입니다.

만약 제가 바보같이 이용 당한 것 같았더라도 실제로는 저 역시 그 친구에게서 어떤 기쁨이나 즐거움을 얻었기에 그 친구와 붙어 있었을 겁니다. 만약 마음이 불편한데도 함께 있었다면, 최소한 혼자되는 외로움에서는 벗어날 수 있어서 붙어있었을 겁니다. 반대로 보자면 친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친구 혼자 저를 챙기고 위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만한 무언가를 제가 했기에 관계라는 것이 유지가 되었을 겁니다. 소위 말하는 '둘이 똑같으니까 친구다.' 라는 단순한 사실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선생님과 헤어지고 나서, 복잡한 마음에 무작정 걷고 싶었습니다.

종각에서 광화문은 그리 멀지 않으니, 광화문에 들러 노란 리본 뱃지나 몇 개 구입할 생각이었습니다.

광화문 광장


지난 1년간 광화문 광장을 지나며 보고 있는데, 이곳은 현수막의 글귀가 약간 달라진 것 외에 변함이 없습니다.

작년 10월에 이 곳을 찾았을 때도 이 모습이었는데..... (2014년 10월 11일 광화문 광장 세월호 천막)


노란리본공작소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가 세월호에 자꾸 감정이입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 엄마가 단양에 놀러가 유람선을 타셨다고 했을 때 가슴이 철렁했거든요. 그 배는 누구든 탈 수 있었다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현수막이 붙어있는 천막은 <노란리본공작소>였습니다.

슬쩍 안을 기웃거리니 많은 분들이 앉아서 노란리본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붙임성있게 들어가지도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쭈볏거리며 지갑을 꺼내 리본 구입처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기도하듯 리본을 만들고 있는 사람에게 뭘 묻기도 미안했습니다.


세월호 노란리본


기웃거리다 보니 공작소 앞에 무료 리본이 눈에 띄었습니다.

뭔가 성금이라도 내고 싶은데, 노란 리본을 무료로 집어오기 미안해서 지나가는 봉사자 분을 붙잡고 노란 리본 판매처를 물었습니다. 따로 파는 것은 없으니, 마음 편히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거저 가져가는 것이 부끄럽지만, 가방에 달 노란리본 몇 개를 집어 들었습니다.


세월호 광화문 분향소


뭐라도 하고 싶어서, 분향소 앞에서 국화는 얼마냐고 여쭈어 보니 그냥 헌화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국화 한 송이를 뽑아들고 분향소로 갔습니다.


아.....................


그동안 너무 무심히, 반복적으로 '세월호' '세월호' '세월호' 라고 하다보니, 저는 이 분들이 한 명 한 명의 고인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광화문 분향소에 있는 수많은 사진들이 모두 영정사진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눈물이 울컥 솟았습니다. 사진 속에 웃고 있는 어린아이, 어떤 아빠, 어떤 엄마,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자녀들을 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정이 하루 아침에 풍비박산이 났는지 실감이 났습니다.... 이곳은 제가 가본 그 어떤 장례식장 못지 않은 슬픈 장례식장 입니다.


햇살 좋은 날, 광화문 한복판에서 울고 있는 것이 창피해서 슥슥 콧물을 닦고는 나오려는데, 한켠에 서 계시던 분이 상주처럼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아.... 이 분들은 상주(喪主)였습니다.



온라인에서 유가족의 이미지는 다소 투쟁하는 사람 같이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유가족의 기사는 영정을 들고 행진할 때, 삭발할 때, 청와대 앞에서 농성할 때... 같이 극적인 대립 장면의 기사가 많이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뵌 유가족은 그저 1년째 상중인 힘없는 아버지, 어머니 일 뿐이었습니다. 마르고, 헬쓱하고, 볕에 타서 얼룩덜룩 거무튀튀하고, 멍해 보이고....


반년 전 쯤 광화문 광장에서 뵈었던 유가족 분도 비슷했습니다.

10월인데도 한여름에나 입을 법한 하얀 내의같은 반팔 티셔츠 하나를 입고, 푸석푸석 헬쓱한 얼굴에, 계속 볕에 그을린 듯 얼룩덜룩한 피부색이었습니다. 무엇을 여쭤봐도 멍하니 대답도 바로 못하시고, 영혼은 다른 곳에 있는 분 같았습니다. 이 날 광화문 분향소에 서 계시는 유가족도 비슷했습니다. 신문에서, 뉴스에서 보이던 투사같은 모습은 오간데 없고, 그냥 기운없고 계속 슬픈 사람일 뿐 입니다.


세월호 희생자 실종자


어느 순간, 저는 통계 돌릴 때처럼 사람을 숫자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숫자 9명, 10명으로 온라인에서 접했을 때는, 이제 그만해도 될거라는 생각도 솔직히 했습니다.


그러나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보는 순간, 숫자는 다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사람 하나 하나가 그냥 숫자 하나 둘, 아홉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이고, 삶이 있던 사람들인데...


세월호 유가족


No more funerals

얼마 전에 봤던 영화 <분노의 질주 7>에 나온 대사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제 생애도 두 번 다시 이런 슬픈 장례식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기적이라해도 좋습니다. 정말 보고 싶지 않습니다.....


친구, 사람관계에 대한 고민에 마음이 무거워서 휘적휘적 광화문 광장까지 걸어왔던 것인데....

세월호 분향소에서 사진을 보며, 숫자로 여기던 희생자들이 1명, 9명, 200명의 숫자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었고, 희생자 보다 더 많은 숫자의 가족들이 아직 울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자,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제가 어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미안하고 화가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눈물만 울컥 났습니다.


다행히 햇살이 뜨거워 선글라스를 끼고 울면 되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길을 더 걸었습니다.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


광화문 앞에는 더운 날씨에도 수문장 교대식이 진행되고, 늘 그랬듯 사람들이 많습니다.

모든 이들이 유가족과 함께 울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켠에서는 비쩍 마르고 꺼멓게 탄 얼굴로 1년째 빈소를 지키고 있는 유가족이 있고,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는 관광객들이 가족들의 손을 잡고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채 사진찍는 모습을 보니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제 스스로 느끼는 죄책감 같은 것 입니다.

'우리 모두가 유가족처럼 지내야 하는건 아니잖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면 되는거지 뭐.'

라고 합리화를 해봐도 손톱 옆에 찢어진 가시처럼 콕콕 찔리고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더 걸었습니다.


광화문 해태상


커플이 보였습니다.

이 와중에 커플은 참 예뻤습니다.

그냥 저 같은 사람은 세상 돌아가는 일이 어찌되거나 말거나 연애질에 대해 탐구하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덧 효자 청운동사무소 언저리까지 다다랐습니다.

이 쯤 오니, 분향소와는 완전히 다르게 결혼식에 가는 사람들, 등산 다녀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이 때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집에 올 때 햄버거 좀 사오라고 합니다.

현실로 돌아옵니다. 저는 집에서 배고프다며 햄버거 사오라고 귀찮게 해주는 가족도 있습니다.


💬 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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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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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면 다같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전 그냥 일반인인데도 이런글보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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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고3
그아이들과 동갑입니다
아마 평생 숨겨진 진실을 생각하게 되고 분노할것같습니다
저는 그저 그 유가족들이 무엇을 해도 이해됩니다
더럽히지 말았으면
더러운 정치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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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대한민국의 현주소...
아까운 우리 아이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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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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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 가슴 아픈 일이고 유가족들에겐 너무도 힘든 시간의 굴곡이겠지만, 그럼에도 현실과 정치는 좀 더 냉정해야 된다고 봅니다. 요즘 인터넷뉴스들 중 세월호 관련 기사가 뜨면 야당과 유가족에 대한 힐난이 베플을 도배합니다. 세월호, 정말 슬프고 고통스럽고 잊어선 안될 일이죠. 하지만 그것이 자꾸 정치적으로나 보상적으로 회자되는 것에 피로감이 너무 쌓였습니다. 그 일이 잘못된줄 알면서도 그만했으면 하는 심리가 도처에 작동하고 있는 거죠.
후속조치에 대해 현 정권이나 몇몇 주무부처들은 '관리자적 책임'을 져야 하는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게 연계적으로 엉뚱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조용하던 집회가 몇몇 선동꾼에 의해 과격하게 되고, 이제 그 소재에 대해 사람들은 지겨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럼 왜 진상규명 안 하냐"란 문제가 정치적으로 파고들어지며 이제는 정말로 사건과 유가족들을 위한 규명인지 의구심마저 듭니다. 정말 냉정하게 접근해야 정말 안전한 사회에 일조하는 게 될 수 있습니다. 그게 진정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들을 위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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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덧단 하모니가 베충이일 확률 75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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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유족들의 대부분이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시지만, 그들을 이용해서 이익을 추구하는 놈들이 있어서 문제입니다. 특히 위원장 협회장의 이름을 달고 그들을 선동하여 이익을 얻고자하는 놈들..그들만 없다면 모든게 잘될거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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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베충 새Ki는 좀 다물으세요 니들이 더 지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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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겁고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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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겁고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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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겁고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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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단하죠 저 배에 탄 사람이 내 가족이 될 수도 있었던 일입니다 이렇게 간단한 걸 다들 이상하게 비꼬아 생각하거나 외면하려고 한다는 게 얼마나 우매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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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그렇군요 !! 잘몰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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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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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그리고 살아야하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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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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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숫자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죠... 잊고 있다가 눈물이 나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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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뉴스에 왜들 그렇게 피로감을 느끼고 유가족에대한 비판과 보상만 바란다는 눈빛으로만 바라보는지 전 이해가 정말 되지않아 자식 키우는 엄마로써 정말 우리나라가 맞는지? 정이 넘치던 동방예의지국이라 자부하던 그나라 내나라 맞는지 다시한번 의구심들면서 정말 진지하게 처음으로 이민을 생각하게되는 사건이였습니다 국회나 정부는 그렇다쳐도 그에동조하고 오히려 유족들을 비난하며 힐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그들이 사람인가싶기도했구요 정말 제가 이상해진건지 다른사람들이 비정상인건진 몰라도 사람생명보다 더귀한건 없는데 우리사횐 국가경제나 돈을 위해선 그깟 생명 몇명쯤이야 이러는식으로 바껴가는것같아 진심 무서워지는같아 너무너무 슬퍼지고 내나라 앞으로 내자식 그리고 앞으로 이땅에서 살아가야할 우리후손들이 너무도 걱정되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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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저도 가끔 광화문에 갑니다. 지날때마다 마음이 한쪽이 무겁습니다. 건너편에선 소위 보수단체들의 천막도 있구요. (말이 보수단체지...전 아귀같은 단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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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세월호는 일부러 뒤집은 겁니다.. 진실을 알아주세요..
http://youtu.be/N5z1LasZR5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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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리세요 뭣하러 일부러 뒤집습니까..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일부러 뒤집었다면 국민과 또는 정부에게 이익될게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음모론 퍼뜨릴 시간있으면 세월호 진상규명에 힘을주세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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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때문에 구속되거나 처벌받았다고 나온 정치인이나 관리 본적 있나요? 전 본적이 없는데? 엄한 유병현 쇼만 한바탕 봤죠? 전 그냥 하느님께제 가족을 보호해주고 쓰레기 같은 너들은 언젠가 똑같이 물 구덩이나 불구덩속에 쳐밖히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기도 밖에 할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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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남겨줘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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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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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뚱남도 극혐이야 ..⋯ 💬ㅋㅋ 저도 이성친구한테 한 두번이⋯ 💬ㅋㅋㅋㅋㅋ 일반화는 어렵지만 길에서 번⋯ 💬ㅋㅋㅋㅋㅋ ㅋㅋㅋ2012년 글이다. 딱 10⋯ 💬ㅋㅋㅋㅋㅋ 근데 예상이 맞는 경우도 많⋯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