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 Home
  2. 생활철학/생각거리
  3. 취업학원이 되어 버린 대학

취업학원이 되어 버린 대학

· 댓글개 · 라라윈
저는 밀레니엄 전후로 학교를 다닌 90년대 말 학번입니다.
그 때만해도 학교에 입학하면 술 신고식으로 뉴스에 나오기도 하고, 대학에서 학생운동과 선후배간의 친목도모 문화가 강하던 시절입니다.  선배의 권위는 상당한 것이었으며, 권위보다도 후배들을 챙기고, 동기 간에 위하는 정이 돈독했던 분위기 였던 것 같습니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학업을 등한시 하는 친구들도 많아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대학의 문화를 한껏 즐기는 친구들이 많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3~4년을 쉬다가 다시 돌아가 본 학교는 달랐습니다.
선배가 후배를 챙길 것도 없고, 후배라고 해서 선배를 그다지 존중하지도 않는 '각자 제 앞가림이나 잘하자' 하는 분위기가 커진 것 같았습니다. 그토록 활발하던 동아리 활동도 과거처럼 '친목'이 중시되던 모임의 대부분은 사라지고, '주식, 영어, 공부, 취업준비, 운동, 특기'와 같은 실용적인 모임들만이 명맥을 유지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대학 3학년이 주도하던 것이, 3학년부터도 졸업과 취업을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2학년이 동아리 장을 하는 추세였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학업과 취업준비로도 바빠 죽겠는데, 그럴 시간 있으면 공부와 준비를 좀 더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느끼는 듯 했습니다.

학생이 학업을 열심히 하고, 외국어 한 가지라도 더 하고,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려고 애쓰는 모습은 전과목을 F를 띄우며 대학문화에만 심취해 문제였던 모습에 비해 바람직한 방향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오로지 취업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상당히 씁쓸해졌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술만 먹고 노는 대학생의 모습보다 내실있어 보여서 좋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대학에 와서 토론을 하고 생각을 나누고 전국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각을 넓히는 시간은 없어져 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 입니다.
지금의 모습은 마치 대학 자체가 거대한 취업준비 학원이 되어 버린 것 같기도 했습니다.


대학, 대학문화, 사회, 취업, 취업준비, 취업학원, 현실, 취업난, 청년 실업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대학의 낭만, 지성의 장을 포기하고, 취업준비 학원의 목적을 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긴 합니다.
"취업대란. 청년 실업자 몇 만명.
취업자 스펙이 다들 화려. 어학연수는 기본. 기업체 인턴 체험도 기본.."
여기 저기서 쏟아지는 취업에 관한 이야기들이 점점 암담하고, 불안해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점점 채용인원은 줄고, 채용자들의 스펙이나 이력은 찬란해지고, 대학을 나와도 할 것이 없다는 것 입니다. 그렇기에 대학 나와서 취업도 못하는 꼴이 되지 않으려면 대학에 있을 때부터 부지런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사회의 상황이 그렇고 보니 어쩔 수 없나봅니다.

학생들이나 사회가 변한만큼 대학자체의 분위기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특강이나 교육이 보다 심도있는 학문에 관한 것이 더 눈에 띄었다면, 요즈음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취업'관련 행사였습니다. 걸려있는 현수막 중 50% 이상은 취업축하( 각종 고시 합격, 취업 축하), 30% 정도는 취업관련 행사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나머지 10% 정도는 학생회의 시국에 대한 현수막, 그리고  오직 10% 정도만 대학의 학문에 관련된 교육 안내였습니다.

학교에서 특강이나 교육을 준비했던 조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취업 준비 관련 행사는 참여율이 높은데, 기타 행복특강 같은 행사는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육에 관한 특강이어도 홍보를 할 때, 이 강의가 취업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사람이 많이 오고, 이름에도 가능하면 '취업 OOO'하는 식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대학, 대학문화, 사회, 취업, 취업준비, 취업학원, 현실, 취업난, 청년 실업


취업. 취업. 취업.
가슴 답답해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못 벌면 당장 살기가 힘드니까요.

그러나 이로 인해  '지성의 요람'이라던 대학조차 '취업학원'으로 변해버린 듯한 현실이 참 씁쓸하기만 합니다.
고등학교까지 입시준비를 하고, 취업을 하고 나면 일을 하느라 바쁘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즐거웠던 시기로 남는 유일한 시기가 대학시절인 경우도 많습니다. "대학다닐 때는 정말 재미있었지, 사회는 암담했지만 그에 대응해서 학생운동도 하고 그랬지.." 하는 등의 제각각의 무용담과 많은 추억이 있는 때 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유일하게 자유를 즐기고 다양한 것을 접할 수 있었던 대학생활조차
취업준비로 바삐 보내고 나면,
어떤 시기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보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걸까요.....


- 돈 없다는 남자친구, 돈보다 더 스트레스인 것은?
- 직장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사내 커플 장단점 공략
- "니가 되겠냐?"말고 "너라면 할 수 있어"라고 좀 해주세요.
- 회사가 왜 당신을 채용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면...

최근 글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
추천하는 글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
💬 댓글 개
최근글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