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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축의금 때문에 이웃간에 싸움나

· 댓글개 · 라라윈
무더위가 한풀 꺽이고, 혼기가 그득히 들어찬 미혼들은 마음이 급해지는 계절이라 그런지 청첩장이 쇄도합니다.
마음으로만 축하할 수 있다면 무한한 축복을 하고 싶지만, 요즘은 마음만으로 축하할 수 없어 고지서보다 무서운 것이 청첩장이기도 합니다. 이런 청첩장때문에 동네에서 싸움이 났습니다.

자녀가 많으신 분께서 앞서 세 자녀의 결혼을 치르고, 네번째 결혼식 청첩장을 보내 온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요즘같이 출산장려를 부르짖는 입장에서 보면 여러 자녀를 잘 키워서 혼인을 시키시는 것이 참 존경스럽고 바람직스러운 일이지만, 자녀가 많은데 걸핏하면 "결혼이다 돌이다" 하면서 고지서 청첩장을 보내오니, 동네이웃들 입장에서는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자녀 청첩장을 보냈다고 싸움까지 날 일은 아닙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는데, 어느 자녀든 자녀의 결혼식에 여러 사람의 축복을 받고 싶은 부모 마음이니 모두들 이해하고 축하하는 일 입니다.
문제는 청첩장을 보내는 다자녀의 부모님께서 다른 이웃들에게는 인색하게 축의금을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은 세 자녀를 출가시키며 여러 이웃들에게 축의금을 받고도, 다른 이웃이 외아들이나 외동딸을 결혼시키는데도 달랑 3만원만 냈다고 합니다.

축의금이 준만큼 반드시 돌려받으려고 주는 돈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서로 받은만큼 돌려주는 것이 공공연한 관례입니다. 상대편이 우리집 경조사에 5만원을 냈으면, 상대편 경조사에도 최소 5만원 이상은 보내주는 식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경조사에 장부를 기록해놓고, 다음에 그 장부에 적힌 금액을 토대로 경조사비용을 책정하곤 합니다.


그런데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면서, 자신의 자녀들 결혼에는 3번을 치루면서 5만원씩 15만원을 받았는데, 다른 이웃의 외아들 결혼식에는 달랑 3만원을 냈으니 마음이 상할 만도 합니다.
아무리 3만원, 5만원, 10만원이라는 돈의 액수보다는 진심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돈의 액수는 상대방의 성의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것도 맞습니다. 그래서 축의금 액수 정하기 애매할 때, 안 친하고 앞으로도 별로 볼 일은 없는데 가야되는 사이면 3만원, 보통 5만원, 친한 친구면 7만원이상 이라는 기준을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외아들 결혼에 3만원만 보내오자, 손해보는 기분도 들고, 자신을 별로 가깝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 마음이 많이 상하셨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만한 기반이 제대로 갖추어진 상황에서, 혼주분이 잘못 건드리셨나 봅니다.
이웃분이 일이 있어 이번 결혼식에는 못 간다고 축의금만 보내겠다고 하자, 왜 안오냐며 버럭 화를 내셨나 봅니다. 그러자 지난 세 번의 결혼식에 다 가주었는데, 이번에 한 번 못 갈 수도 있지 그런걸로 화를 내냐며 싸움이 커졌다고 합니다. 말다툼은 그저 빌미였을 뿐, 아마도  축의금 때문에 쌓여왔던 것이 폭발한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속상하다고 해서 이웃과 별 것 아닌 걸로(?) 싸운 것도 잘 한 일은 아니지만, 그 분 이야기를 듣다보니 충분히 기분 나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만원씩 세 번 냈으니, 상대방도 꼭 15만원을 또는 아직도 남은 자녀가 더 있으니, 자녀 6명분을 계산해서 외아들이니 30만원을 내 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 5만원이상이라도... 기왕이면 자녀가 한 명이니 좀 더 마음을 써줬으면, 이웃간에 축하금을 가지고 싸우는 불상사는 없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축하하고, 상대방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주는 축의금이
액수를 잘못 책정하면 상대를 화나게 만드는 돈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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