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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번아웃 상태인가? 번아웃 증후군 소진 증상과 원인 자가진단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일상 심리 : 나는 지금 번아웃 증후군, 소진상태인가?

2015년 상반기를 되돌아 보니...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 밤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무엇 하나 한 것이 없이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아 허무하고 기운이 빠졌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선생님과 밥을 먹다가, 헤어질 무렵 선생님이 던진 한 단어가 가슴에 꽂혔습니다.


"슬럼프신가봐요. 제가 보기에도 지난 몇 년 간 정말 쉬지 않고 달리셨어요. 이제 조금 쉬실 때가 된 것 같아요. 음.. 혹시 뭐지, 번아웃(burn out)이라고 하나요...?"


그 순간 무언가로 머리를 한 대 팅---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번아웃 (직무소진, 소진, burn out)은 다름 아닌 저의 전공 주제입니다. 

저는 연애심리 전공자가 아니라 산업및조직심리전공자이고, 타인의 번아웃을 막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건만, 그 사이 제가 소진 상태가 되어 가는 것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ㅠㅠ

번아웃 연구하면서 농담처럼 '내가 번아웃이야 ㅋㅋㅋㅋ' 거린 적은 있어도 진지하게 제가 번아웃 상태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해봐서, 저 나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도 감기 걸리실 수 있고, 피부관리사도 피부가 상할수 있기는 하지만, 왠지 본인이 심리학하면서 심리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츄어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ㅠㅠ



번아웃 (burnout, 소진) 이란?


최근에는 번아웃 증후군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소진(번아웃, burnout)은 만성적으로 탈진을 하게 됨으로 인해 정서적, 신체적, 대인관계 및 업무, 학업 등에 문제가 일어나는 것 입니다. 


번아웃 증상


1. 정서적 탈진 + 신체적 피로감

환경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정서적 탈진이 가장 먼저 일어나고, 더불어 몸도 아픕니다. 실제로 특정 부위가 아픈 사람도 있고, 온 몸이 아프고 힘들지만 종합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으면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잦은 두통, 근육통, 몸살, 기력 없음 등의 증상이 나타나 당사자는 아프지만, 의학적으로는 멀쩡한 상태인 것이죠. (병원에서는 스트레스 조심하고 운동 좀 하라고 한다는...)


2. 비인간화

어찌되었건 번아웃 상태인 본인은 정서적으로도 너무 지치고, 몸도 아프기 때문에, 나름의 자구책으로 사람들과 거리 두기를 시작합니다. 힘든 원인이 주변의 '사람들' 때문인 것 같기 때문에 '그냥 신경 끊자.' '지가 알아서 하겠지.' 같은 마음을 먹으면서 가능한 냉담해지려고 합니다. 업무를 예로 들자면, 의사 선생님이 번아웃이 일어나면,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아픔을 공감해줄 여력이 없기 때문에 환자가 입구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듣는 둥 마는 둥 한 뒤에 '약 받아가세요.' '주사 맞고 가세요.' '별거 아니에요. 괜찮아요.'등의 기계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비단 의사선생님 뿐 아니라 어떠한 직업이건 간에, 지쳐서 번아웃이 일어나면 공감하고 배려하고 이해할 여력이 없어집니다....


3. 개인적 성취의 감소

마음도 지치고 몸도 피곤하고 사람도 다 짜증나는 상황에서 일이 잘 될리 없습니다... ㅠㅠ



번아웃의 원인


원인이야 아주 많으나, 대표적으로 직무 스트레스와 전문직 효능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직무스트레스가 오랫동안 누적되어 정서적 탈진으로 이어지며 소진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다만, 스트레스는 안 겪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경험을 하는 것인데, 그 가운데 높은 목적, 기대, 동기를 지니고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과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주로 소진까지 경험한다고 합니다.



번아웃 과정


감정적 경로와 인지적 경로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감정적 경로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사건들로 인해서 처음에는 역할이 과중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다가, 맡은 일들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끼면서, 결과적으로 정서적으로 탈진하고, 자신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끼면서 실망을 하게 되는 것 입니다. 실제 잘하고 있거나 못하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본인이 그렇게 '느끼는' 것 입니다.


번아웃이 일어나는 인지적 경로는 자신의 성취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서 시작하여 개인적 성취의 부족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면서, 전문가로서의 기대와 실제 성취간의 불일치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업적을 이루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다 해도,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기대와 성취 사이에 불일치가 일어나는 겁니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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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번아웃 상태인가?


번아웃. 이라는 단어에 꽂혀 제 상태를 나름 자가진단을 해 보니.... 음....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1. 휴일을 간절히 기다린다.

어느 순간 저는 9월의 턱수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술 후 2주 정도 출근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2주의 강제 휴식동안 일을 못하는 것이 많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2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초 6월경이면 치아교정이 마무리되고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으나, 아직 치아교정이 덜 끝나서 9월로 연기하자고 하셨을 때... 휴가 밀린 사람처럼 실망했었습니다.


블로그 속에서 맛집 찾아다니시고 잘 노시며 개똥철학도 종종 이야기하는, 참으로 여유로운 라라윈씨와는 달리 현실의 최미정씨는 여유가 없습니다.

주말이나 명절에도 할 일 목록을 쫙 뽑아놓고 일을 하곤 합니다.

지난 주말, 게임 한 판 씩 해가면서 느긋하게 일을 하면서 "역시 일은 주말에 쉬엄쉬엄하는게 효율이 좋지~~"라고 즐거워하는 저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주말에도 아주 당연스럽게 일을 하면서 업무효율이 좋다고 기뻐하는 것이 정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때 일하고, 쉴 때 쉬어야 하는데 취미이자 특기가 '일'인 사람처럼 일을 붙들고 있으면서 피곤해하다니... 그러면서 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니... 참 답답한 생활방식 입니다... ㅠㅠ



2. 잡생각을 쫓기 위해 몸을 혹사시킨다

지치고 피곤해서 집중이 잘 안되니, 잡 생각을 쫓기 위해 몸을 혹사시킵니다. 과하게 운동을 하거나, 집중하기 좋은 단순 업무를 만들어 내어 지친 몸을 더 지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3. 의욕이 금세 사그라든다.

새로운 일, 사업 제안, 재미난 프로젝트 제안 ...  정말 좋아합니다.

모태솔로 구제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보내 준 분이 있었습니다. 재미있겠다 싶어 관련 자료도 찾아보고, 당장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 설레였습니다. 그게 다 였습니다. 당장 만나 무언가 해 볼 기세로 살펴보다가 3시간 후... 저는 나중에 연락하지 뭐... 라며 의욕이 사그라들었고 지금껏 연락도 못하고 있습니다..

웹툰 제안도 신이 났습니다. 어빌리티, 노블레스의 손제호, 이광수 작가처럼, 열혈강호의 전극진 양재현 작가처럼 되는 상상에 신이 나서 두어 시간 관련 자료를 찾았습니다. 그게 다 였습니다. 이내 에너지 소진.

출판 제안에도 신이 나서 이미 마음은 베스트셀러 작가였습니다. 그리고 그게 다 였습니다. 털썩.

새로운 일에 의욕이 불끈 솟은 뒤, 잠시 후면 가라앉아 버립니다.. 이건 조루(?)도 아니고.... ㅠㅠ



4. 대상이 불분명한 분노와 짜증이 잦아진다.

스팸전화가 오더라도 그냥 넘기면 되는데, '남에게 피해주고 방해하면서 돈 벌면 좋으냐?'며 누구를 욕하는지 애매한 성질을 부립니다.

흔한 업무 절차에도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메일 보낸 뒤에 문자로 "메일 보냈어요. 확인해주세요."라고 한 뒤에, 곧장 카톡으로도 "메일 보냈으니 확인해주세요."라고 보낸 분이 있었는데, 친구 사이도 아니면서 왜 업무 연락을 카톡으로 하냐며 씩씩거렸습니다. 그냥 '카톡으로도 한 번 더 알려주시니 고맙구나...' 라거나 '친근하게 카톡으로도 알려주니 좋으네..'라고 생각했으면 화기애애하고 좋았을 일인데, 제가 예민한 탓에 개짜증을 부린 겁니다... 성질머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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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혼자있고 싶은 것도 아니다.

괜한 짜증을 부리다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렇게 짜증나면 안 하면 되잖아?'

처음에는 일이 싫은 건 아니라고,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좀 짜증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제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게 아니라며 하소연을 했는데, 그 역시도 조금 더 거리를 두고 멀리 할 수는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저는 정말로 사람에게 짜증이 났거나, 혼자있고 싶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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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있고 싶어요. 모두 나가주세요. 하지만 멀리 가지는 말고, 근처에서 지켜보며 관심가져주세요." 이런 상태였나 봅니다. 제가 관심을 줄 기력은 없으나, 관심을 받고 싶어 징징거리는 애처럼 굴었던 겁니다.


번아웃 증후군일지도 모른다고 인정한다면...


번아웃 자가진단은 일종의 확증편향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번아웃'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나는 번아웃이야'라고 하려고 이유를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확증편향 오류이던 아니던, '나는 지쳤다, 번아웃이다'라고 인정하는 것이 몇 가지 장점이 있었습니다.


좋은 변명이자, 위안이 됩니다.

제대로 한 것이 없어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다 느껴졌는데, 번아웃이라 생각하니.. '번아웃이면 그럴 수도 있다'며 한심하다고 자책하는 것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잠시 몸의 기운이 떨어져 감기 걸린 것처럼, 그냥 좀 지쳤을 뿐이고, 쉬면 괜찮다고, 쉬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있습니다.


드디어(?) 미안해졌습니다.

종종 스트레스 상황에서 저는 정상적이고 긍정적인데, 주변인들이 나를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번아웃 상태이고, 비인간화 증상이 진행된 상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짜증부렸던 것과 예민하게 굴었던 행동들이 떠오르며 미안해졌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피곤하게 했던 것이 아니라, 제가 이미 피곤했기 때문에 좋은 말도 좋게 안 들리고 예민했었나 봅니다.


부끄러워졌습니다.

종종 주변인들에게 '요즘 네가 피곤하고 힘든 것은 알겠는데 너무 예민하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그게 제 마음이 투영된 것이었어요. 뭐 눈에는 뭐 만 보인다고, 제가 그런 상태여서 남도 그런 것처럼 보고 있었던 겁니다... ㅠㅠ

스스로를 돌아보고 평화를 찾아야 할 사람은 주변 사람이 아니라 저였어요..



[참고문헌]

Friedman, Isaac A. 2000. “Burnout in Teachers: Shattered Dreams of Impeccable Professional  Performance". JCLP/ In Session: Psychotherapy in Practice 56(5): 59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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