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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주는 상실감

· 댓글 30 · 라라윈
올 봄..이라고 하긴 아주 늦은, 초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식물들을 여러 개 샀습니다.
고추, 토마토 모종, 잘 안죽으면서 공기를 정화시켜준다는 화분들을 샀습니다. 화분이 많으면 건강에도 좋고, 직접 키워서 먹는 진정 유기농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설레임에서 였습니다.

아침은 못먹고 출근해도 매일같이 화분에 물은 주었고, 집을 비우더라도 화분에 물 만큼은 상당히 신경을 썼었습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하던 식물들이 날이 추워져서 이렇게 말라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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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의 고추들은 벌써 잎이 말라 죽어버린 것에 비하면 오래 버틴 셈이지만, 그래도  쓸쓸한 기분이 듭니다. 1년밖에 못 가는 식물들이 시간이 다 되어 말라서 죽어가는 것을 보니, 사람의 인생사도 똑같다는 생각과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저 화단을 만들 때 생각이 나서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장을 보러 갔다가 고추와 토마토 모종을 파는 것을 보고 덥썩 사왔습니다. 사오고 보니 심을 곳이 없기에 '화분 사서 심어야지' 하다가 며칠을 방치해 두었었습니다.
조그만 모종판에서 견디기가 어려웠던지 모종들이 시들시들해져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마트에 가보니 마땅히 큰 화분을 팔지 않아서 급한대로 스티로폼 박스에 심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집에 오는 길에 어떤 분이 사과박스를 버려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얼른 주워와 박박 닦고, 속에 스티로폼을 넣어 화분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는데, 아차! 흙이 없는 것이었습니다..ㅡㅡ;;
더 이상 방치하면 사온 모종이 시들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중에 흙을 구하러 나섰습니다. 집 근처에 동산 같은 것이 있었거든요..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흙을 파러 가야하니, 모자가 달린 트렌치 코트를 입고,  그 곳에 가서 열심히 땅을 팠습니다..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절 보며 흠칫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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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생각해보니 제 꼴이 얼마나 우습고 무서웠을까 싶었습니다.
컴컴한 남색의 모자달린 코트를 입고, 비가오니 모자는 뒤집어 쓰고 쭈그리고 앉아 흙을 파고 있었으니.. 그것도 꽃삽이 없어 손으로 열심히 파고 있었습니다..
절 보시는 분들이 뭐라 생각했을지.. ㅜㅜ

아뭏든 험난하게 흙을 구해와서  저 화단을 만들었었습니다. 그 뒤로 사과박스가 나오지 않아 스티로폼에 심어진 아이들은 아직도 저 스티로폼 집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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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고추를 보며 상념에 젖어 있는데, 다행히 아직도 생생한 쑥갓이 저를 기쁘게 해 줍니다. 예전에 집 마당에 쑥갓을 키워보니, 눈을 맞고도 살아있고 자라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아주 생명력이 강한 종인 것 같습니다.

식물과 애완동물들. 기르고 잘 자라는 동안의 기쁨만큼이나 상실의 슬픔도 주는 것 같습니다.
내년 봄에 새로운 모종으로 저 자리를 채워주어야 겠습니다.


💬 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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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말라죽어가는 모종들이 씨앗을 남기고 그 씨앗이 말라죽은 부모의 뒤를 잇는다고 생각하시면 상실감이 줄어들지도 모르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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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아이들이 씨앗을 남긴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요... 그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좋아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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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다해 같이한 시간을 생각하면 슬픔도 배가 되는거 같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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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한 시간만큼이 아프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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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마치 애완동물이 죽은 느낌인데요?? 뭔가 조금 덩치가 다르긴 하지만요^_^;
그리고 저 도중의 삽화그림 라라님께서 직접 그리신건가요? ㅎㅎ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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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솜씨로 마우스질을..좀 했어요...^^;;
애완동물처럼 눈물을 펑펑 쏟을 정도는 아니지만.. 애완동물이 죽었을때는 순식간에 너무 큰 아픔이라 펑펑울고 몇 날 몇 일 가슴아파하다가 잊혀지는데.. 눈 앞에서 서서히 오랜시간 말라가는 것을 보는 것도 서서히 맘이 좀 아파지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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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식물은 이상하게 제 손에만 오면 못크더라구요...물론 정성 부족이겠죠?ㅠ.ㅠ
이 글을 읽으니 왠지 우리 선비도 나중에 먼저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쨘~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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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생각에 가끔 겁이 날때가 있어요..
저희 강아지 보면서.. 이 예쁜 녀석의 수명이 최대한 길었으면... 하고 빌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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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흠칫//밤중에 그러시면 무섭잖아요ㅜㅋㅋ
저는 아직 동식물을 길러본적이 없어서...ㅜㅜ
그런 책임감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자신이 없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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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밤중에 읽으신단 생각을 못했네요..--;
저도 화초를 잘 키우는 편이 아니라 심어두고 최대한 독립적으로 잘 크는 것들만 좋아하는데...
한참 잘 자랐어도 겨울이 오니..어쩔 수 없나봐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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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아.. 그림 너무 귀여워요 ㅎㅎㅎㅎㅎ
저희 대전 집에도 베란다에 엄마가 식물들을 몇 개 키우시는데 이상하게 저희 집에 있는 아이들 중에 일년 내내 꽃을 피워 놓는 아이가 있답니다. 엄마가 참 신기하다고 하신다는..^^ 그래도 그게 사실은 꽤 크게 자랄 수 있는 종이라는데 집안에 좁게 키우니까 크게 못 자라고 가늘게 줄기만 겨우 뻗고 꽃도 작고.. 그런 느낌이에요.
첫 사진에 말라가는 식물들이 참 안타깝네요 ㅠ
그러고보니 사과박스에 잎사귀 그림도 예뻐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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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꽃이 피는 화분이 어떤 걸까 무척 궁금한데요!!
그거 아무나 잘 키울 수 있는건가요?? 그럼 저도 키워보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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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는 너무 춥지 않나요? 얼어 죽을텐데...ㅎ

그나마 하나라도 잘 자라서 다행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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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발코니가 너무 추운 모양이에요.. 그렇다고 집안에 들여놓자니.. 큰 공사(?)가 될 것 같고...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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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 정말 잘 키우셨네요..비오는날 흙을 파러 나가시는 열정을 쏟아부은 댓가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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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다행히 쑥갓이 무척 질긴 것 같아요... 알아서 잘 커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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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에 쑥갓을 듬뿍 얹어 먹으면 크!! 넘 좋아요...^^
제가 쑥갓의향을 많이 좋아하거든요..
빗속에서 맨손으로...ㅋㅋㅋ...어쨋든 정성이 팔할 이라고 하더니 맞는 말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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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 저도 그 목적으로 키웠어요.. 고기 먹고 싶거나 매운탕, 오뎅탕 등에 뜯어 넣을려구요~~
쑥갓 향~ 정말 좋아요~~ ^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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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저희 어머니께서 화초 기르는걸 좋아하셔서 저도 자연스레 좋아하게 됐는데..
정말 애지중지 하며 키우던 식물이 죽으면.. 안타깝더라구요..

내년엔 새로운 모종으로 잘 키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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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내년엔 더 오래오래 사는 다년생 식물을 알아봐야겠어요... 매년 겨울에 이렇게 슬프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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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원룸방이 너무 삭막해보여서 몇년째 가끔 식물을 사다놓는데
거의 다 말라죽어버려요 ㅠ 산세베리아인가가 생명력이 짱이라고해서
사다뒀는데 그 생명력좋은 그 식물마저 고사했으니..
전 식물과는 인연이 없나봐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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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산세베리아까지..
혹시 물을 너무 잘 주신것은 아니신지... 오히려 산세베리아는 적당히 게으른 사람이 잘 키운다던데요~
(전 한달에 한 번만 주는 덕에 그건 아직도 잘 크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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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기르는것이 보통 정성이 들어 가는것이 아닌데 잘 키우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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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제 손에 오면 남아나는 식물이 별로 없었는데.. ^^;;
모처럼 잘 키웠던 것들이라 말라가니 무척 속상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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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땅 파는 그림 귀여워요 ~
하지만 실제로 본 사람들은 조금 무서웠겠네요 ^^;;;
쑥갓이 살아남아줘서 다행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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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저도 하고서도.. 이게 무슨 호러영화인가 싶었어요... 다시하라면 못할듯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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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쓰러져가는 식물들을 보니 제가 더 안타깝네요.. 제 생각엔 방안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하나 만들어 적정온도를 유지할수있도록 시스템을 하나 만들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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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그거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그런데 다른 부분보다 배수문제가 어려워요..ㅠㅠ
집안을 잠시 들여봤는데, 화장실에 두니 볕을 못받아 시들시들해지고, 방에두니 물 주고 나면 방에 홍수가 오는 ..ㅠㅠ
번뜩맨님의 아이디어 박물관으로 아이디어 얻으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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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 이해가 됩니다.
저도 집에 조그만 텃밭을 꾸리고 있는데, 거기에서 왠만한 채소들은 다 직접 손수 재배해서 먹는 그 재미, 기쁨, 감동은 이루 말로 다 못하죠~^^
(물론 제가 하는건 아니고, 어머니께서..ㅡ.ㅡ")

쌩쌩한 쑥갓 사진을 보니...
왠지모를 생동감이..느껴진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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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멋진데요... 채소들을 키우시면 정말 맛난 채소 많이 드시겠는데요~
저도 겨울철에 생생한 풀을 보니 기분이 좀 더 좋았었어요...^^ (알아서 잘 자라고 있어 너무 고마운 쑥갓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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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키 170 살짝 넘는 여고⋯ 💬170cm 여고생 평생 택시타고 아무일 없이⋯ 💬횽횽 저는 제가 적극적이지 못해서⋯ 💬ㅇㅇ 저게 제일 오글거리고 ♪♪♬⋯ 💬에휴 코로나 지긋지긋. 빨리 사라져라 💬코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