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날 할아버지가 된 아이들

출근길에 할아버지 한 분을 보았습니다.
하얀 백발에 얼룩덜룩한 반팔티, 찢어진 바지를 입고 계셨어요. 공사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인 듯 했습니다. 예전에 아파트 공사현장에 자주 갈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보았던 공고리(콘크리트)나. 페인트 작업 하시는 분들 차림과 비슷했거든요. 공사현장에는 주로 남자분들만 계시다 보니 작업복 바지가 좀 찢어져도 개의치 않고 입고 다니시더라구요. (찢어진 부분에 청테이프를 척 붙여서 그냥 입으시기도...^^;;)  계속 일을 하고 움직이시니 더우셔서 반팔차림이신 분들도 가끔 있었구요.
지나치는 할아버지를 보며, 근처에 공사현장이 있나보다 했습니다.

한참 가다보니 비슷한 차림의 할아버지들이 잔뜩 보였습니다. 
이런! 자세히보니 오늘 졸업한 학생들인 모양이었습니다.

속옷보이는 찢어진 바지가 민망했는지, 허리춤에 옷을 묶어서 가렸습니다..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가관도 아니었습니다. 
언뜻보면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로 착각될 만큼 머리카락은 밀가루로 뒤덮여 하얗고, 얼굴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옷이 지저분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다 찢어진 교복이었습니다. 

교복바지 양쪽을 찢어 천 두장만 너풀너풀...


교복 바지 봉제선 있는 부분을 쫙 찢어놓았습니다. 그런상태로  터벅터벅 걸으니 천 두장이 팔랑대며, 허연 다리와 팬티가 훤히 보입니다. 교복 자켓과 셔츠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교복 자켓이나 셔츠가 있는 학생들도 찢어진 바지사이로 보이는 팬티를 가리느라 허리춤에 엉거주춤 묶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모두 교복 속에 받쳐입는 반팔차림인가 봅니다. (반팔인지, 런닝인지...ㅡㅡ;;)
쌀쌀한 날씨에 얇은 반팔 면티에 찢어진 바지를 걸쳐입고 가니 상당히 추웠을 것 같습니다. 주위 시선에 부끄럽기도 했을 것 같구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졸업식이 갑갑하던 학교를 벗어나는 날이라는 의미가 크기도 할 것 입니다. 
그런 날, 어느 정도 서로 짖궂은 장난을 치는 것은 이해 합니다. 제가 졸업할 때도 밀가루를 던지거나, 그동안 싫어했던 선생님의 차를 긁는 짖궂은 학생들도 있긴 했습니다. (그래서 몇몇 선생님들은 졸업식엔 차를 안 가져 오시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가족 친구들과 사진찍고 깔끔한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학생들의 몰골을 보니, 아무리 졸업식이라지만 저렇게 까지 해야되나 싶었습니다. (세대차이인지도...ㅠㅠ) 
학생들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과 가르쳐주신 스승님과 함께 하는 행사인데  학생들만의 난장판이 된 것 같아보여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잘 몰랐습니다. 졸업은 몇년간 고생하여 학교 다닌 나만의 행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커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이 느끼는 졸업의 의미가 어떠한지... (지금도 제가 부모님 입장이 되어보진 못했기에 그저 어림짐작하는 것일뿐 온전히 알지는 못합니다.) 
우선 자녀가 졸업을 하면 부모님은 큰 성취감을 느끼신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벌써 이만큼 커서 졸업을 하는구나... 잘 커주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끼십니다.
또, 자녀에게 해 줄 의무중 하나를 마쳤구나 하는 기분도 드신다고 합니다. 한시름 덜었다는 느낌이시기도 한가 봅니다. 그래도 끝없이 더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님 마음이시겠지요. 
이렇듯 졸업은 학생 자신보다 부모님이 느끼는 의미가 더 큰 일인지도 모릅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이 무사히 과정을 다 마치고 졸업장을 받고 새로운 과정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교사로서 무척 보람된 일 일것입니다. 

졸업식의 또 다른 주인공인 부모님과 선생님은 제쳐둔채, 학생들간의 과한 장난만이 주가 되는 것은 주객이 한참 전도된 것 같습니다.
졸업의 의미를 한번쯤 되돌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졸업생들의 몰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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