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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뉴스로 전해들은 친구의 비보(悲報)

· 댓글개 · 라라윈
블코에 접속했는데, 첫 화면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김석균? 내가 아는 김석균? @_@

김석균? 제 중학교 동창과 이름이 똑같습니다.
그렇게 흔한 이름도 아니라, 혹시나 하는 반가운 마음에 클릭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ㅠㅠ

.......................................................
자살... 자살한... 자살추정...........김석균 자살... (정말... 정말... 정말인거야... )
.....................
이게 왠 일입니까...
사진을 보니 수염은 조금 길렀어도 옛날과 하나도 안 변한 얼굴입니다. 제가 아는 김석균이 맞습니다.

설마... 설마.......
자살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낚시성 기사였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은평구의 집에서.... 라는 기사를 보니... 정말... 정말.... 세상을 떠났나 봅니다....


믿기지 않아 다음에 다시 들어가 보니, 다음검색에는 아예 '김석균 자살'이라는 검색어로 상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클릭해보니.... 관련기사가 더 많이 나옵니다...

머리가 멍해집니다....
............................

기사를 하나하나 읽어보니... 분명합니다.
분명 제 중학교 동창 김석균입니다. 졸업하고도 동창회에서도 만나던 그가 맞습니다.
저도 대전에 와 있고, 동창들도 서로 바빠 누구의 경조사가 있을 때나 한번씩 모이다 보니 소식을 못 들은지 오래입니다. 군대갔다가 학교 다니는 소식까지 들었는데.... 아마도 그 사이 배우로 활동했나 봅니다. 어릴적부터 쿨한 외모에 재미있고 좋은 성격,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친구입니다.

후......
비보(悲報)는 어떻게 들어도 좋지 못한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인터넷을 통해 혼자서 비보를 들으니 참으로 끔찍하네요.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다면 서로 위로라도 한 마디 주고 받을 수도 있으련만, 이 시간에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자고 있을 친구들에게 전화해 나쁜 소식 전하기도 그렇네요...ㅠㅠ
 
오늘은 이런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뉴스의 빠른 정보가 밉습니다.
어느 포털에 들어가도 이슈로 떠 있어 보기 싫어도 보이고, 듣기 싫어도 듣게 만드는 것이 싫습니다. 
차라리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전해들었으면 이렇게 놀라고, 이렇게 가슴아프진 않았을텐데...
언제 들어도 놀라긴 했겠지만, 지금처럼 제가 뉴스를 찾아 읽어가며 혼자 추스려야 되는 상황은 아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 입니다. 괜히 원망스러운 마음이 드네요..

뉴스는 그저 사실을 전했을 뿐이고,
포털은 그저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니까 검색어 상위에 랭크시켜 놓았을 뿐인데..
슬픈 소식을 무명연기자의 설움과 연관시켜 기사거리로 삼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그냥 기사로 보고 넘어갔을텐데, 아는 사람이다보니 제 심사가 꼬여 이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ㅜㅜ  

저는 덜 친했어도 기분이 이럴진데, 더욱 친했던 친구들은 어떨까 싶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저처럼 평안한 주말 저녁 웹서핑을 하다 이런 믿기 어려운, 믿기 싫은 소식을 접했다면 많이들 놀랐을 것 같습니다.  
밝고 재미있는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무엇이 그렇게 못 견디게 만들었는지... 참 답답합니다.
이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 보다, 이젠 고인이라고 하고 명복을 빈다는 말을 써야 되는 걸까요...

석균아, 김석균..

네 이름이 인기 검색어에 떠 있어 너무 반가웠는데...
기왕이면 이런 소식이 아니라 네가 좋은 배역을 거머줬다는 소식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네가 주목받는 신인배우라는 소식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째 처음보는 것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너의 기사가 너의 죽음에 대한 거니...
그것도 멋드러지는 죽음도 아닌.. 무명연기자의 설움 정도로 이야기되는 초라하고 안타까워보이는 죽음이라니.... 더 속이 상하고 조금은 화도 난다...

스스로 숨을 끊을 그 용기로 살아보지 그랬어.... 
조금만 더 힘내보지 그랬어.....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네 이름이 좋은 소식으로 뉴스 일면들을 장식하는 큰 인물이 되길 빈다..

참 씁쓸하네요..
예전에 대학교 전공교수님의 이야기도 이렇게 뉴스로 접했던 적이 있습니다. 
작업실에서 자살하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나마 친구에게 먼저 듣고 나서 기사를 보아서 지금보다는 충격이 조금은 적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뉴스에 나오는 것은 반갑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아는 사람이 안 좋은 일로 뉴스에 나오는 것은 싫습니다.
기왕이면 좋은 소식으로 뉴스에 나와서 "내가 아는 사람이 뉴스에 나왔어." 하며 저도 덩달아 어깨에 힘 한번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앞으로 두번 다시 아는 사람의 비보를 뉴스로 접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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