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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마력이 있는 소설, 내 심장을 쏴라!

· 댓글개 · 라라윈
어제 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내 심장을 쏴라'라는 책이 도착했습니다. 피곤한 저녁이라 낮잠 한 숨 잘 생각이어서, 그냥 몇 페이지 들춰 볼 요량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샌가 낮잠은 고사하고, 밤잠도 물리친 채 피곤한 눈을 부릅뜨고 모두 읽게 되었습니다.
책이 제법 두툼하고, 그림 하나 없이 깨알같은 글씨로 가득한데도,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이 너무나 궁금해서 내려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   간단한 줄거리 소개

주인공은 18살 때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함으로써 정신병을 갖게되어, 정신병원에서 치료받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정신병원에 가게 되는 스물 다섯 청년 이수명입니다. 그가 다시 정신병원에 수감되었을 때, 같은 날 수감된 또래 청년 류승민과의 이야기를 핵심으로 정신병원에 사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주인공 이수명은 체구도 작고, 소극적이고 말이 없고, 꿈도 희망도 없는 청년이고, 이와 달리 류승민은 대기업 회장의 혼외자이면서 체구가 크고, 할 줄 아는 것이 많고, 활달하고 끓어오르는 피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와 같은 날 병원에 입원하게 됨으로 인해 이수명은 얼떨결에 탈출시도에 동참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그를 도와 탈출을 시도하게 됩니다.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다시 나오게 되는 과정이 생생히 그려집니다.




■   정신병원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예전에 학교 후문쪽에 시립 정신병원이 있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 '언덕위의 하얀집'으로 통했던 곳으로,  그곳에 계신 분들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학생들에게는 그 곳은 미친사람들이 갇혀있는 곳일 뿐이었습니다. 당시 차인표씨가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 당시, 어떤 환자분이 쇠창살에 매달려 "나는 차인표다!"를 외치던 모습을 어떤 학생이 보고서, 학교에 소문을 퍼뜨림으로써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부풀어 정신병원은 미친사람 집합소라는 학생들의 편견을 확고하게 해 주었습니다.

커서도 그 생각에 별 다른 변화는 없없는데....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다  오가는 이도 드문 산골짜기에 정신병원들이 자리잡은 것들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인적드문 한적한 곳에 덩그러니 있는 정신병원을 보면서 섬뜩한 느낌을 받게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곳에 갇히면 정상인 사람도 금새 미쳐버리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범죄소설 같은 곳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람을 골로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인,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라고 하고, 정신병원에 집어 넣어버려서 사실상 감옥살이를 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혼자 정신병원 음모론을 추리해보곤 했습니다. (범죄소설을 넘 많이 본듯...ㅜㅜ)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두 주인공도 저의 정신병원 음모론과 비슷한 경로로 정신병원에 끌려갑니다. 주인공이 집에 쳐박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아버지는 무작정 아들을 밖으로 내 몰았고, 아직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던 주인공은 작은 실수로 치한으로 몰렸고, 정신병원 치료 기록이 있기 때문에 정신병이 재발한 것이라 생각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 갇히게 됩니다. 함께 수감된 류승민도 오해로 인해 정신병원에 갇힌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나마 정신병원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던 주인공은 정신병원이라는 곳이 인격적인 대우보다는 사육과 길들이기에 능한 곳이라는 것을 알기에 모든 것을 체념하고 시키는 대로 합니다. 하지만 류승민은 표범같은 공격력으로 정신병원의 건장한 치료사들에게 발차기와 주먹질을 하면서 날뜁니다.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사람의 심정이 얼마나 암울한 지, 그 곳에 갇히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 지에 대해 너무나 생생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정신병원에 오는 사람은 두 부류라는 주인공의 말이 상당히 와 닿았습니다.
'미쳐서 정신병원에 오는 사람' 과 '정신병원에 갇혀서 미쳐버리는 사람'
전자 뿐 아니라, 후자도 상당히 많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신병원에 갇힌 환자와 치료자들. 치료자들이 막 대해도 미친 사람들이라 괜찮아?

분명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의 기준이나 정신과의 기준으로 뭔가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은 정신분열 증세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답답한 속을 풀어버리기 위해 방화 욕구에 시달리기도 하고, 자신이 왕국의 공주라는 착각 속에 살기도 하고, 지능이 심하게 모자라기도 하고, 조울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다지 정상적인 것 같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이들은 환자들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환자들을 정신병이나 범죄심리를 연구하는 자료들로 생각할 뿐이거나, 맡아주고 돈을 받을 수 있는 돈벌이 대상으로 여길 뿐 입니다. 또한 정신병원 수감자들에게 자신의 억눌린 욕구들을 해소하는 낙으로 살아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억눌렸던 것을 정신병원 수감자들을 괴롭히고 때리면서 풀거나, 여성 환자에게 성적은 욕구를 해소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 또한 사회에서 낙오된 또 다른 정신병자의 모습 같아 보입니다. 책을 읽어갈수록 어느 쪽이 정상이고 미친것인가에 대한 혼란이 옵니다.

물론 비교적 정상적이고 올바른 모습을 보이는 치료자들도 몇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정신병원의 현실이 상당히 암울한 것 아닌가 싶은 의혹이 생겼습니다. 환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일반인들은 그들보다는 치료자들의 말을 믿어줄 것 입니다.
만약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던 환자가 "늘상 치료자들이 나를 때렸다. 성폭행도 했다." 라는 말을 해도, 치료자가 "저 사람은 피해망상증입니다. 항상 저렇게 자신이 지어낸 망상에 시달리는 증세를 보였습니다." 라는 한 마디 말이면 끝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    주인공의 시니컬한 시선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이 책은 주인공 이수명의 시점에서 모든 것을 풀어나갑니다. 읽노라면 이수명의 눈과 생각을 빌어 모든 상황을 보게 됩니다. 저 역시 소심하게 말은 못하면서 혼자 생각하는 때가 많아서, 주인공의 소심해서 다른 사람에게 말은 못하면서도 혼자 생각하는 감정과 생각에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특히 아주 솔직한 생각들과, 청년다운 솔직한 표현들이 상당히 와 닿았습니다.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으면서  모두 제 정신이 아니라니. 미친놈.
이 곳은 원래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모인 정신병원이란 말이다. "


류승민이 분개하면서, "모두 제 정신이 아니야." 라고 소리지를 때 주인공이 속으로 생각한 것 입니다. 이런 식의 시니컬하면서도,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한 주인공의 생각과 말들로 책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인공은 그저 뚱하게.. 조금은 차갑게... 항상 한 발짝 떨어진 듯하게.. 이야기를 하지만, 읽는 사람이 그 이야기들을 재구성하여 가슴 짠해지고, 울컥하게 되고, 가슴 졸였다가, 통쾌해지는 그런 감정들을 풍성하게 느끼게 만듭니다. 그래서 책에 점점 더 빠져들게 만듭니다.




■   결국 그들의 모습은 현대인의 또 다른 모습

가끔 현대인들 중에 정신병이 없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만큼 수 없이 많은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뜻 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스트레스와 조울증 같은 증세, 내 안의 또 다른 나와의 싸움 같은 것이 있긴 하지만,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기도 하고, 사실은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지만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치료를 받아보고 싶어도 정신과 치료에 대한 색안경으로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생각에서 이 책을 접해서 인지,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특히 주인공 이수명이 겪고 있는, 사회와 소통하기 어렵고, 겁이 나고, 혼자 있고 싶고.... 무서운 현실에 마주서기가 두려운 증세는 비단 그만의 일은 아닐 겁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똑같이 겁이 나고 무서워도 어쨌거나 사회속에서 부딪히고 있는 것이고, 그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류승민의 경우는 또 다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잘 해왔으나, 시력에 이상이 생기면서 좌절을 하게 됩니다. 비행을 하는 사람이 시력을 잃어 언제 실명할 지 모른다는 상황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류승민은 죽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하고,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집요하게 노력합니다.
류승민의 모습은 이상향이겠지만, 주인공 이수명의 모습을 보면서는 싱크로율 100%인 우리네  모습같다는 생각에 더욱 빠져들고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조언보다,  말하지 않아도 깨닫게 되는 교훈이 감동적인 책.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보다 더 교훈적인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지금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가끔씩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 일들로 미칠 것 같고, 미쳐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신병원에 가두어 버리는 무서운 가족을 만나지도 않았고, 정상인의 범주안에서 살 수 있다는 자체가 무척 감사했습니다.
또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곳에서, 모든 것이 통제되는 곳에서 조차 자신의 꿈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몸부림 치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기에 오히려 그것들의 소중함도 모르고, 노력하지도 않고 있는 것은 아니었던가 싶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 입니다.

"지금 당장 실천하세요!" 라고 하는 자기계발서 보다, 몇 배는 더 큰 힘으로...
내일의 삶을 바꾸고 싶다는 의욕으로 심장을 쏘는 책이었습니다.

답답하고 쳇바퀴 도는듯한 일상에 진이 빠진 현대인에게....
가슴으로 와 닿는 큰 감동을 주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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