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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자리에 누가 탈까하는 기차의 낭만

· 댓글개 · 라라윈
예전에 기차나 버스를 혼자 탈때면 늘 설레였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처럼 우연한 만남을 꿈꾸었던 것이죠..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우연히 내 옆자리에 멋진 남자주인공이 나타나길 바랬었습니다.
제 스타일의 젊은 남자분이 지나갈때면 저 사람이 내 옆자리일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다가, 나이 많은 뚱뚱보 중년 아저씨가 옆자리에 타셔서 코를 고시면 우울해 지곤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기도했었죠.. '다음엔 내 인연을 만나기를..'

이 둘은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정준호씨 같은 분이 내 옆자리라면 가는동안 얼마나 행복할까요...+_+



하지만 요즘은 바램이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제발 옆자리에 이상한 사람이 안 타야 할텐데..' 하는 바램으로요.
그 이유는 자주 기차를 타면서 너무 무서운 옆자리 승객을 많이 만난 탓 입니다. 전 기차나 고속버스를 자주 탑니다. 1~2주에 한 번 꼴로 타니.. 적지 않게 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덕에 더 낭만이 달나라로 출장을 가고, 이제는 기차를 혼자 탈때면 겁이 납니다.
 
제가 제일 겁내는 승객 유형은 크게 세 가지 입니다. 첫째 변태형. 둘째 1좌석 다인형, 셋째 무한 통화형 입니다.

첫째 변태형은 이름 그대로  묘한 스킨쉽을 시도하시는 분들입니다. 대개 나이 지긋 하신 분들이 이러실때가 많아 참 곤혹스럽습니다.
우선은 다리를 쫙 벌리셔서 제 허벅지와 밀착시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게 싫어서 다리를 꼬고 의자 가장자리로 최대한 붙어도 어떻게든 살이 닿도록 달라붙으십니다. 이 정도는 애교라 해야할지 은근슬쩍 손이 올라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주무시는 척 하면서 들이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이 옆자리시면 참 괴롭습니다. 우선 그 끈적한 성추행 아닌 성추행에 기분이 상하고, 목적지에 다다르는 내내 의자 가장자리에 붙어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척 불편합니다.
요즘은 이런 분들 자주 만난 덕에 약간의 대처 요령이 생겼습니다. 그 분과의 사이에 짐을 놓는 것이지요. 가방이나 쇼핑백 같은 것, 또는 겉옷이라도 벗어서 학창시절 짝궁과 책상 금긋기 하듯 담을 쌓습니다. 이렇게 하면 자리가 좁아지는 불편은 감수해야하지만, 불쾌감은 피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1좌석 다인(多人)형은 말하기에 참 조심스럽습니다. 본인이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하시는 것은 아닌데 사정상 아이를 데리고 한자리에 타시는 경우도 있거든요.
대개 4세 이상의 아이들은 한자리 차지합니다. 어른처럼 한자리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장거리 여행에 무릎에 얹고 갈만큼 가볍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한 자리를 사셔서 옆자리에 앉으신 분을 만나게 되면 무척 불편합니다. 간혹 미취학 아동 2명과 어른 한 분이 한좌석을 사셔서 타시면 불편은 더 합니다.
그런 불편을 미리 아시고, 미안해 하며 아이가 버둥대지 않도록 미리 주의를 주시는 어머니들을 보면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아이를 가운데 앉히고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옆자리 승객의 불편따위는 아랑곳 없이 아이가  저를 발로 차든, 울든, 버둥대든 개의치 않으시는 분을 만나면 정말 난감합니다. 아이가 발로 찰때마다 일일이 주의를 줄 수도 없고, 사랑으로 이해하자니 너무 짜증스럽습니다. 저도 아이 엄마가 되면 기차표 끊기가 아까워 아이를 데리고 한자리만 사서 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다해도 옆자리 승객에게 미안한 맘은 들 것 같습니다...

세번째 무한통화형은 기차에 타는 순간부터 목적지에 다다를때까지 전화통화를 하시는 분들입니다. 이 경우도 업무상 바쁜 전화로 어쩔 수 없으신 분들도 계시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업무때문인지 계속 통화를 하시던 분은 먼저 양해를 구하시더군요. "죄송합니다만, 제가 업무때문에 기차에 있는 내내 많이 통화를 해야할 것 같은데, 시끄럽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시면 미리 사과를 했습니다. 정말 바쁘셨는지 내내 통화를 하셔서 시끄럽긴 했지만 미리 양해를 구하신 터라 기분까지 상하지는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별 볼일 없는 통화로 계속 수다를 떠시는 분들은 그런 양해 따윈 구하지 않습니다. 주위 사람을 배려한다면 공공장소에서 우렁차게 사적인 수다를 계속 하시지 않았겠죠.. 가장 끔찍했던 경우는 한 여성분이 전화로 2시간 내내 애인과 싸우는데, "싫어!" "난 정말 싫단 말이야" 란 말만 반복하는 것을 계속 들었을때였습니다. 나중에 한 대 때려주고 싶더군요. "싸움은 집에 가서 하란말이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소심한 저는 한 번 흘겨주는 것으로 마쳤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예전의 '인연을 만날거라는 설레임과 바램' 은 저멀리 사라져 버리고, 
피해안주는 조용한 승객을 옆자리로 만나는 것이 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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