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지각인생
라라윈의 일상 심리 이야기/가슴에 들리는 말 :
2007/12/14 03:55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ㅡㅡ 손석희
서른, 무언가 결과를 보여주어야 할 것만 같은 나이이다.
20대를 끝내는 기점으로 20대에 일구어 놓은 것들이 결과로 보여져야 할 것 같은 중압감이 온다.
경제적으로 집, 차, 통장 잔고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야 할 것 같았고,
학업적으로 공부도 많이 해 두어야 할 것 같았고,
직업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고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서른을 한달도 안 남겨둔 상황에서 어느 것 하나 된 것이 없었다. 옛날같으면 여자 나이 서른이면 결혼을 해서 아이라도 하나 낳아두었을 시기에 , 무엇 하나 해 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조바심이 났다.
그 때 이 글을 읽었다.
손석희 아나운서는 업계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잘 살아남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한다.
그 이유는 그가 결론을 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토론을 진행할 때도 양측의 의견을 종합하여 토론참가자들이 결론을 내도록 하지, 결코 본인의 주관대로 결론을 내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의 찬반론자들에게 반발을 살일도 시비에 엮일 일도 없어 오랜 세월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밖에도 이 분에게 배울 점도 많고 분명 성공한 방송인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런 사람이 지각인생이라 하니..
해놓은 것 없이 조바심만 치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나도 조바심보다 차라리 한 발 물러서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조바심을 낸다고 보름 뒤가 엄청나게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커질 수 있을 뿐이다.
한 발 물러서자. 한 발 늦게 가면 어떤가. 큰 일 날것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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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주 좋아하는 글이죠^^
첨 읽었을때 정말 많은걸 느끼게 해줬다는~
제가 너무 초조하고 조바심이 나던 순간에 읽어서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한발짝 여유를 가지고 가자는 말이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네요...^^;;;
비슷하게 적은 글이 있어서 트랙백 달아 놓고 갑니다 ^^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트랙백 감사해요..
)
제 갈길 꾸준히 가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인가 봅니다...
저도 나름대로 인생의 마일스톤에 접어 뜰 때,
현재 나의 상태가 내가 옛날부터 생각해 오던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많이 우울해하기도 했었습니다.
딱 님이 말씀한 것 하나도 없었네요...
하지만 금방 극복되지 않을까 싶네요..
전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요~~ (극복된 것도 있고 말이죠 ^^)
맞아요.. 한 발 양보해서 동시에 다 빨리 가지려는 욕심을 버리고 하나하나 해 갈려고 하니 조금 나은 거 같습니다.
(그래도 순간 순간 욕심이.... 울컥울컥 다시 기어나와 문제입니다..ㅜㅜ)
좋은글 읽고 갑니다. 스폿플렉스에서 넘어왔어요.
요즘 블로깅에 한참 재미를 들이면서 오히려 그 너머에 있는 '사람' 들에게 더욱 관심이 가네요.
더 좋은 글들을 기대하면서 피드구독 하고 갑니다.
리더 프로그램에 '블로그 이웃' 이라는 폴더를 만들었거든요. ^^
편안한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신변잡기.. 주저리주저리 들이라.. 읽으실 만한 것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제 글 올리고 저장하는 재미에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글 남겨주시고 블로그 통해 새로운 분을 알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저야말로 엉망진창인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이 글을 읽게 되었었죠..
근데 위안이 되기는 커녕..
저 사람은 저렇게 잘났으니 저런 결정도 할 수 있었지. 싶은 거 아닙니까? ㅡㅡㅜㅜ
어쨋든 한 걸음 늦게 가는 것에 너무 초조해하지 않아야 할 텐데요..
잘 되지 않아요.. 자꾸 제 자신을 괴롭히는 걸 보면요.
파란토마토님 말씀대로 여유를 갖으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상황이 편하거나, 그렇지 못한대도 여유를 가지고 제대로 일을 해서 성공하거나.. 그러나 봅니다.
저도 이 글 보거나, 맘이 자꾸 급하고 초조해질때
"여유! 여유!" 하는데,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아 괴롭습니다...ㅜㅜ
좋은 글이네요. 아뭏든, 희망을 버리지 말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실제로, 손석희 님 말고도 가정 갖고 나이 들어서 유학 떠나시는 분들을 뜻밖에 종종 볼 수 있답니다.
각자 처지가 있겠지만, 제 위치에서 오늘 하루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옳은 말씀 입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우선순위 저 멀리로 밀어두는 실수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오늘 안좋은 일이있었는데 라라원님 댓글과 글이 많은 도움이 됬습니다^^
다행인데요...^^
저는 치나님 댓글에 행복해 졌습니다~ ^^
제목은 다르지만 '한 걸음 뒤로'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었군요.
글을 읽다가 생각의 공감대를 찾으니 왠지 기분이 좋네요.
열정을 가지고 사는 삶과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여유로운 사는 삶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중간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그 선택은 결국 자기 자신만이 내릴수 있는거 같아요
전 왠지 그 둘이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정이 쉽게 지치거나 사그러들어버리지 않도록 한발짝 물러서 주는 여유도 필요한 것 같아요...
열정이라는 것은 불타오르는 폭발적 에너지인만큼 소진되기도 쉬운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잠시 쉬면서 보퉁해 주고 쉰만큼 더 앞으로 나가는거죠...
고무줄에 걸린 돌맹이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 고무줄을 더 뒤로 늘여주는 것 처럼요...^^
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라라님과 거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80년생입니다. ㅋ) 해외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가끔은 이제 한국에서 일을해야하지 않나..싶은 그런마음이 들어 조바심도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