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백
기차가 앞만 보며 돌진한다고 말하지 말라
태백산을 넘어가는 기타를 타보았는가
동해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보기 위해 전라선 야간열차를 탔다가
기차가 영동선 흥전역에 들어서
갑자기 뒤쪽을 향해 거꾸로 되달릴 때
황당한 가슴을 어찌하지 못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없이 물러섰던 기차가 다시 앞으로 치달아
영동선 흥전역과 나한정역 사이 태백 준령을 그렇게 지그재그로 넘는 걸 알고
다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기차가 태백산을 넘는 방법.
스위치백이라고 하던가. 후진의 힘이 기차를 태백 너머로 밀어 올린다.
이제 어느날 갑자기 나의 길이 나를 뒤로 끌고 갈 때
죽을 것처럼은 놀라지 않기로 한다.
기차를 타고 태백을 넘어보면 안다
깜깜한 가슴 깊이 처박힌 태양이 후진의 힘으로
산너머 동해 저 너머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어둠속에 깨어 퍼덕이는 정동진의 바닷새들도
스위치백으로 날아오른다.
-- 복효근
어느 나이에나 그랬듯 늘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나 빠른 성취를 이루어 낸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초조해진다. 내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또는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에 뒤로 퇴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새총의 고무줄이나 활시위도 뒤로 많이 당겨줘야 앞으로도 멀리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당겨지며 뒷걸음질 쳐야 하는 그 순간에 더 멀리 나갈 앞에 대한 생각보다는 초조와 불안이 더 커지게 되는 것 같다. 정작 게으름을 부리는 것은 쉽지만, 여유는 가지기 어렵다.
지금 잠깐 한발짝 물러나는 것,
앞으로 더 힘차게 올라가기 위해 힘을 얻는 것이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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