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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 댓글개 · 라라윈
얼마전 컴퓨터 속을 구석구석 정리했습니다. 옛날 옛날 사진부터 별의별 것들이 여기 저기 숨어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예전에 모아두었던 좋은 글을 찾았습니다.
오래 전 많은 분들에게 알려진 글이라 읽어보신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제 현주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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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젠가 방콕에서 아주 커다란 전봇대를 코로 쉽게 말아 올리는 코끼리 쇼를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코끼리에게는 그처럼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서커스를 보면 신기하게도 거대한 코끼리는 조그만 말뚝에 매여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보잘 것 없는 밧줄에 매여서 말입니다.
코끼리의 힘이 얼마나 센 지를 안다면 굵은 쇠사슬을 쓸 법도 한데 서커스단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냥 보통 밧줄을 사용합니다. 그뿐 아니라 말뚝 역시 아주 육중한 쇠말뚝이나 아름드리 기둥 대신 아주 보잘 것 없는 나무기둥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토록 허술한 말뚝에 허술한 사슬로 매면서 매듭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맸다기 보다는 그저 매는 시늉만 해 놓았을 뿐입니다.
게다가 더욱 이상스러운 것은 코끼리를 매어놓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렇게 매여있는 코끼리 쪽입니다. 언제라도 사슬을 끊거나 말뚝을 부러뜨리고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도대체 코끼리는 왜 그렇게 바보같이 꼼짝없이 매여 있는 것일까요?
서커스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코끼리는 아주 어렸을 때 서커스단에 데려오는데, 처음 왔을 때는 무지막지한 쇠사슬과 쇠말뚝에 묶어 놓는다고 합니다. 힘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도록 말입니다. 어린 코끼리는 쉬지 않고 사슬을 계속 잡아당겨 보다가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엔 아무리 얄팍한 줄이라도 일단 다리에 감겨 있기만 하면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서커스 코끼리들이 작은 말뚝이나 허술한 밧줄에 매여 있어도 도망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이제는 완전히 성장하여 힘이 몇 배나 강해지고, 자기를 묶어 놓은 사슬이나 말뚝은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을 포기한 지 오래된 코끼리는 그렇게 무기력하게 묶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코끼리는 물리적인 사슬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의 사슬, 관념적인 사슬, 체념의 사슬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생하고 뚜렷한 비전이 없기 때문에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끼리처럼 '마음의 사슬'에 묶여 자유를 잃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제대로 한번 써보지도 못한 채 그냥 사그라지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몇 번의 실수나 실패, 또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제도나 관행으로 인한 좌절의 경험 등이 그러한 마음의 사슬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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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랑스에는 유명한 '삶은 개구리' 요리가 있습니다. 이 요리는 손님이 앉아 있는 식탁 위에 버너와 냄비를 가져다 놓고 직접 보는 앞에서 개구리를 산채로 냄비에 넣고 조리하는 것입니다.
이때 물이 너무 뜨거우면 개구리가 펄쩍 튀어나오기 때문에 맨 처음 냄비 속에는 개구리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의 물을 부어 둡니다. 그러면 개구리는 따뜻한 물이 아주 기분 좋은 듯이 가만히 엎드려 있습니다. 그러면 이때부터 매우 약한 불로 물을 데우기 시작합니다. 아주 느린 속도로 서서히 가열하기 때문에 개구리는 자기가 삶아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기분 좋게 잠을 자면서 죽어 가게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먹고사는 걱정은 없으니까, 그래도 성적이 아주 꼴지는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보다는 아름답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으니까, 친구도 많고 무슨 큰 걱정거리가 있는 건 아니니까, 이만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지금 자기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자기를 요리하는 물이 따뜻한 목욕물이라도 된다는 듯이 편안하게 잠자다가 죽어 가는 개구리의 모습과 같습니다.
로마제국이나 통일신라 제국이 멸망한 것은 외부의 침략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전이 사라짐으로써 서로 단결하지 못하고, 목적과 목표의식이 없어져 그냥 내부에서 저절로 무너진 것입니다. 이렇게 비전 상실 증후군은 우리를 개구리처럼 삶아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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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농심회장님의 인터뷰에서도 이 개구리 요리를 예로 드시더군요..
그 상황이 좋던 나쁘건 간에 사람들은 놀라운 적응력으로 안주합니다. 현실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자세도 나쁘진 않지만, 거기에 안주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나의 비전이 무엇이었는지 한번쯤 되돌아 보고, 지금 내가 어떤 모습인지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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