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차남, 재고로 쌓이는 장남

주위 사람들에게 예비신랑을 소개하는 사람들에게 예비신랑의 가족관계도 많이들 묻습니다. 편부모 슬하인지, 시누이는 있는지, 이런 것 못지않게 꼭 묻는 것이 몇 째인가 인 것 같습니다. "아들은 혼자야? 몇 째야?"
이 때 "장남이야."라고 하면 순식간에 위로하는 분위기로 바뀝니다. 
"저런... 많이 힘들겠다.. 그래 부모님은 다 살아계셔? 밑으로 동생은 몇이나 있고? 일가친척은 많고? 제사는?"
하는 질문들과 함께 수고하라(?)는 조언과 위로의 말들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차남이야"라고 했을때는 축하인사들이 터져나옵니다.
"잘됐네. 그게 편하지. 축하해. 좋겠다." 등등의 말이 이어집니다.

그래서인지 차남이나 차녀가 먼저 결혼하고 맏이가 남아있는 집들도 자주 눈에 띄입니다. 그런 경우 맏이의 결혼을 서두르려고 중매를 서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리 신랑 형이 있는데 소개시켜줄까?"
하지만 이런 말을 듣는 여자들은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에 앞서 불쾌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본인은 좋은(?) 차남과 결혼하면서 짐많은 장남을 소개시켜준다니, 좋은 것을 먼저 고른 뒤에 나쁜 것을 주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죠. 또한 차남이 먼저 결혼하고 장남이 남아있는 경우, 집안에서 장남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은 것은 아닌가, 의무가 큰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 부담스럽다고도 합니다.

차남을 선호하고, 장남을 기피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장남이 걸머지게 되는 짐이 워낙 많다보니, 그 짐을 함께 짊어지기보다 처음부터 짐이 적은 차남이 좋은 것이죠. 반드시 차남이 장남보다 좋은 것도 아니고, 장남과 결혼해서 잘 사시는 분들도 많은데도...장남이라는 말만들어도 사람들이 꺼리는 것은 몇 가지 나쁜 인식때문인 것 같습니다.


1. 여전히 집안 대소사는 장남의 책임과 의무라 생각해서...
요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장남이 부모님을 모신다고 하면 당연히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차남이나 딸이 부모님을 모신다고 하면 효도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부모님을 모시는 것 뿐 아니라 집안의 많은 일은 장남이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장남들이 집안일을 하면, 그것은 당연한 의무요 책임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좋은 소리를 못 듣습니다. 당연히 할 일 하는데 칭찬해 줄 이유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역할을 다 못했을 때에는 많은 질타를 받습니다. 

2. 장남이 일은 많아도 재산은 똑같이 나누는 분위기라서..
과거에는 장남이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가지는 대신, 재산도 많이 물려받는 것이 풍토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장남이건 차남이건 딸이건 똑같이 나눠가지는 분위기가 커졌습니다. 재산은 똑같이 받는다면, 일이 적을 것 같은 차남이 더 매력적인 조건으로 보이는 것이죠.

3. 엄마의 고생을 너무 지켜봐서..
장남과 결혼한 엄마나 친척의 고생을 눈으로 지켜본 사람들의 경우, 그 고충을 간접체험합니다. 그렇다보니 장남과 결혼하면 자신도 똑같이 그런 고통을 겪게 될거라는 생각에 지레 겁을 내게 됩니다.

4. 딸만 있는 집안에서는 아들역할이 필요해서..
요즘은 핵가족화 되다보니 딸만있는 집도 많습니다. 그럴 경우 사위가 아들노릇을 해야하는 때가 많습니다. 차남이면 제사도 지낼 수도 있고, 아들역할을 더 잘 할 가능성이 높지만, 장남인 경우 자신의 집안일도 많아 아내의 집안일까지 챙기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5. 장남들의 성격에 대한 선입견때문에..
장남이라고 하면 책임감이 강하고, 믿음직스러우며,  가부장적이고, 고집이 센 것은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보기도 합니다. 문제는 과거에는 장남의 책임감, 우직함 등을 선호했지만, 요즘에는 차남성격이 인기라는 점 입니다. 철없는 듯 하면서, 조금 더 눈치 빠르고, 싹싹하다고 하는 차남성격이 현대사회에 더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듯 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데 있어서는 장남이나 차남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단 이미 사랑에 빠졌을 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지, 그 전에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대부분 사람들이 함께 짊어져야할 짐이 많은 장남보다는 차남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장녀보다는 차녀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저도 인기없는 자매중 장녀..ㅠㅠ) 이러한 사람들의 판단근거가 납득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자녀를 적게 낳다보니, 아들이 하나뿐인 집이 많습니다. 그러면 누나가 있고 아들이 있던, 외아들이건 간에 사실상 장남인 것입니다. 과거보다 장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또한 이러한 변화와 함께, 집안의 분위기도 바뀌어가는 집들이 많습니다. 부모님들도 아들만 바라보고 기대려 하시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시려 하시는 분들이 많고, 형제자매가 적기때문에 첫째 둘째 가릴 것 없이 함께 상의하여 집안의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듯 바뀌어가는데, 장남에 대한 나쁜 인식은 바뀌지 않아, 늘어가는 장남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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