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 Home
  2. 생활철학/일상 심리학
  3.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업과 학교부터 물어볼까?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업과 학교부터 물어볼까?

· 댓글 11 · 라라윈

라라윈 심리학 이야기 :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업과 학교부터 물어볼까?

요가를 시작해 볼까 하고, 근처의 요가원에 가보았습니다. 점심시간이어서 인지 아무도 없었어요. 잠시 후 돌아온 선생님은 요가 수련 시간표가 적힌 종이 쪼가리 하나를 내 밀었습니다. "회사가 근처세요?" 라고 묻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더니, 바로 되묻습니다.

"어디 다니시는데요?"

순간 당황했습니다. 회사가 어디냐니, 제가 어디라고 말을 하면 알아들을 것도 아니면서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요? 당연히 자신이 알만한 주변의 은행, 기업 같은 곳에 근무하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을 하는 걸까요? 아주 짧은 순간에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대충 사무실이 근처라고 얼버무리며 돌아 나왔습니다. 비단 요가원에서 만난 선생님 뿐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이 만나면 학교나 직업을 묻습니다.

"어디서 일하세요?" "무슨 일 하세요?" "학교가 어디에요?" "어느 학교 다니셨는데요?"

등의 소속이 확인되는 질문을 합니다. 나이를 먹었는데 명함이 없다고 하거나 변변찮은 소속이 없다고 하면 대화가 종료되곤 합니다.


저신뢰사회, 고신뢰사회,


한 때 우리나라 학생과 외국 학생의 자기 소개 동영상이 떠돌았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소개에서 어느 학교 무슨 과를 나왔고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고 가족 관계나 살던 곳 사는 곳 등의 호구조사 위주로 이루어진데 반해, 외국 사람들은 자신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를 보고 외국 학생들은 좀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우나 우리나라 학생들의 자기 소개는 틀에 얽매여 있다고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야기를 할 때 직업이나 학교와 같은 소속을 이야기하고, 외국 사람들은 자신의 취미 같은 이야기를 하는 차이가 나오는 데는 크게 2가지 원인을 들 수 있습니다.


1. 한국 집단주의 문화 vs 외국 개인주의 문화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문화입니다. 외국은 개인주의 문화이고요.
간단히 보자면 개인주의는 독립적 문화로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즉 남들이야 뭘 어떻게 하고 살던 말던 내가 중요합니다. 독특하고 자립적인 존재로서 개인이 중요합니다.
반면 집합주의 문화는 타인과 관련된 내가 중요합니다. 집단 속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집단 속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물론 이런 국가별 문화 차이 연구는 한국이나 아시아 쪽 학자들이 주로 연구한 것이 아니라 서구 학자들이 연구를 주도했기 때문에, 읽어보노라면 집합주의 문화는 몹시 나쁘게 느껴지고, 개인주의 문화는 짱짱맨인 것 같아 보이는 가치관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서구 학자들의 의견을 100% 수용하기는 어렵지만 집단주의 문화에 살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 속에서 상대방의 포지션이 어떤지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 사람이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 혹시 내가 아는 사람과 아는 사이는 아닌지 확인을 해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정리가 말끔한거죠.


2. 저신뢰사회 vs 고신뢰사회


후쿠야마 (1995) 박사는 한국과 중국, 이태리 같이 신뢰의 범위가 혈연 등 일차집단에 머무르는 사회를 저신뢰 사회라고 하였습니다. 우리와 달리 신뢰의 범위가 일차적인 혈연관계 연고자들 외의 일반적인 사람들에게까지 확대되는 일본, 독일, 미국 등은 고신뢰사회로 분류됩니다. 외국 학자의 연구 뿐 아니라 이재혁(2006), 박희봉 외(2003) 선생님들의 연구 결과에서는 한국 사회의 신뢰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고, 그나마 믿는 대상도 가족과 연고집단에 집중되어 있고, 공적, 제도적 신뢰는 눈에 띄게 없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저신뢰 사회를 넘어 신뢰가 거의 없는 불신 사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즉, 우리는 기존의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매우 믿고, 네트워크가 전혀 없는 그 외 타인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 특징을 보입니다. 따라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나의 네트워크에 연결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상대를 믿을지 말지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던 겁니다. 그래서 "어디 살아요?" "어느 학교 나왔어요?" "어디 다녀요?" 라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 수 밖에 없었던 것 입니다. 예를 들어 "OO 대학교 다닌다" 라고 하면 대뜸 "OOO 아느냐? 내 친구가 거기 나왔다." 라고 하거나, 얼마 뒤에 제 레퍼런스 체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내 친구가 OO대학교 OO과 나왔다길래 최미정 아냐고 물어봤더니 모른다던데." 라거나 "나 아는 OOO이 너와 동기였다더라" 라는 식 이지요.

연일 우리의 개인정보가 신나게 털리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신뢰사회인 미국, 유럽 일부 지역의 경우 상대의 이름, 이메일 정도면 되었지, 더 이상 그 사람을 믿는데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저신뢰사회의 습성 상 상대의 회사, 집, 기타 등등에 대한 정보들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문화 탓일 수 있습니다. 달랑 이메일과 비밀번호 밖에 없으면 그 사람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탓 입니다.

은행이나 기타 서비스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고신뢰사회의 경우 요구되는 서류가 적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액에도 최소한 회사라는 소속단체의 간접 보증, 직접적인 인보증, 담보 등이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주영 회장님의 조선소 도면 한 장 들고가서 거액을 대출 받았다는 신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죠. 우리나라 같은 저신뢰사회에서는 조선소 구축 경험, 담보, 인보증 등을 다 요청을 했을 겁니다.


역으로 보자면, 우리는 집단에 속하기만 하면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 사이에..." "같은 학교 나왔는데..." "같은 직장 사람인데 설마.." 등의 급 신뢰를 받을 수 있죠. 그러나 그 집단에 속하지 못했을 때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래서 기를 쓰고, 학력을 만들고, 좋은 직장 명함을 만들려고 발버둥을 치게 되는지도...
 

- 잘난척 자화자찬하는 심리, 알고보면...
- 이기적인 것도 알고 보면 뇌용량이 작은 탓?
- 착한 사람에게 느끼는 반응 3단계
- 뒤끝 백만년, 뒤끝이 남는 심리적 이유
- 재미로 보는 운세에 찜찜해 지는 이유는?
💬 댓글 11
logo

직업이나 학교 얘기에서 막히면
다음 질문을 못하죠 ㅎ
취미 가족관계 같은건 아웃오브관심 ㅎ

logo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logo

직장의 패거리문화는 정말 없어져야 하죠

logo
길냥이아빠

한국은 학연,지연 사회인지 오래고 그런 시스템을 내가 고칠 수 없으니 따라가는거겠죠.
제 큰이모도 사촌동생들을 경기고, 휘문고를 보내겠다고 강남 내에서만 8번을 이사하는걸 보고 맹모삼천지교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저처럼 내세울것 없는 사람은 그냥 누군가를 만났을때 "이 사람은 제발 날 좀 나라는 사람으로 봐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갖지만 결과는 항상 실망하고 마음을 닫게 되네요.

요가원장님은 그냥 마케팅 자료 수집을 위해서 물어보셨을거에요. 너무 마음에 담지 마세요 ^^;
요가를 배우는게 목적이지, 요가원장님과 사귈려고 가는건 아니자나요 ^^;

logo

학연..지연 ...
없다고 해도 무시 못하는 우리사회이지요^^

logo

고치면 좋을텐데 고치기 정말 어렵죠 ㅎㅎ

logo

잘봤네요 ^^

logo
심리학

논지에서 벗어난 이야기이긴 한데, 님 글 읽다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네요. 2년 전에 한국에 잠깐 방문했을 때, 은행 정리 좀 하려고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원래 스타일이 한국인들처럼 잘 빼입고 다니는 편도 아니라 한국인들 입장에선 없어 보이고, 키도 작아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외모는 아닙니다. 계좌 다시 살리려고 상담을 했는데, 은행 여직원이 위아래로 흝어 보더니 굉장히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 일을 처리하더군요. 뭐 한국 살때 원래부터 겪어 왔던 터라 그러려니 하고 넘겼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외국에서도 쓸 수 있는 카드를 만드려고 신청했더니, 그 여직원 태도가 180도 변하더군요.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머, 외국 자주 나가시나봐요? 어떤 카드를 만들어 드릴까요?" 라는 겁니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더군요. 그 자리 바로 박차고 나오고 싶었는데, 예의상 그렇게는 못하겠고 싶어 그냥 일처리 하고 나왔지만, 기분이 참 더러운건 어쩔 수 없더군요.

logo
심리학

그리고 좀 덧붙이자면, 외국이라고 다 개인주의는 아닙니다. 언급하신 미국 같은 경우, 개인주의 이긴 한데, 신뢰도는 상당히 떨어집니다. 미국인들끼리 서로 믿지를 못해요. 한국보다야 낫긴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호주 같은 경우는 사회주의 입니다. 이 사회는 정말 신뢰도가 정말 높죠. 미국인들은 호주에 가서 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라는 이유 때문에요. 호주인들이 모든 이들이 평등해야 하고 약자를 더 응원하는 반면, 미국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강자를 더 좋아하죠. 미국인들은 개인주의를 넘어서 거의 이기주의에 가깝습니다. 호주 살 때가 그리워서, 조만간 호주로 다시 가려고 합니다. 미국에선 거의 친구를 못 사귀었고, 호주 친구가 제일 많네요.

logo
미개

글쎄요...
캐나다, 미국 12년째 거주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만,
미국 역시 철저한 학벌위주 사회입니다.

logo
학벌

어느사회나 학벌을 안 따지는건 아니지요
다만 우리처럼 첫만남 첫질문이
학교와 나이는 아니지않습니까

이름을 저장합니다.

최근글 thumbnail 운전면허증 갱신, 벌금낸 것이 허무해지는 간단한 갱신방법 (7) thumbnail 코로나 속의 평범한 일상 (6) thumbnail 길에서 처음보는 여자 번호 물어볼 때 (4) thumbnail 사소한 말 한마디에 울컥, 내가 예민한걸까? (5) thumbnail 첫 키스 흑역사 만들지 않고 잘하는법 (14) thumbnail 처음 참가한 마라톤 대회, 5km 완주 후기 (2) thumbnail 처음보는 남자가 길에서 번호 물어봤을때 여자 심리 (81) thumbnail 남사친에서 남친 안 돼? 친구 고백 거절 이유 3가지 (135)
인기글 thumbnail 첫 키스 흑역사 만들지 않고 잘하는법(14) thumbnail 처음보는 남자가 길에서 번호 물어봤을때 여자 심리(81) thumbnail 남사친에서 남친 안 돼? 친구 고백 거절 이유 3가지(135) thumbnail 길에서 처음보는 여자 번호 물어볼 때(4) thumbnail 외화입금확인서 vs 외화획득명세서, 애드센스 세금신고 서류(19) thumbnail 운전면허증 갱신, 벌금낸 것이 허무해지는 간단한 갱신방법(7) thumbnail 카톡 읽씹 당하기 쉬운 타이밍 thumbnail 이별 극복의 5단계
'저는 맞는 말 같은데요'님의⋯ 💬ㅇㅇ 금융업은 정장만 입었지 양아⋯ 💬ㅇㅇ ♬~♩ ♪♩♪ 말랐는데 한개⋯ 💬ㅈㄹ 글쓴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 💬깽 제가 키 170 살짝 넘는 여고⋯ 💬170cm 여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