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 Home
  2. 생활탐구/먹거리 즐기기
  3. 몇 년 만에 문 연 것을 발견한 계동커피

몇 년 만에 문 연 것을 발견한 계동커피

· 댓글 3 · 라라윈

라라윈 먹거리 즐기기 : 몇 년 만에 문 연 것을 발견한 계동커피

어디서 차 한 잔 마시면서 글을 썼으면 좋겠는데... 하는 마음으로 계동 골목을 걷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계동커피가 문 열었을거라 기대도 안 하는데, 웬 일로 계동커피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계동커피를 찾아 왔다가 헛탕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계동커피의 커피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커피 좋아하는 분들을 이끌고 갔다가 잠겨있는 문 앞에서 황망한 적도 여러 번이고, 혼자 지나다가 문을 밀어 보아도 잠겨 있을 때가 허다했습니다. 


처음엔 갖은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월요일마다 문 닫나?

브레이크 타임이 있나?


그러나 언제 어느 시간에 와도 문이 닫혀 있길래 그냥 장사 안 한다고 잠정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런 지가 몇 년입니다.


그랬던 곳이 문이 열려있자 기분이 묘했습니다. 이건 뭐 삼고초려도 아니고, 보탬없이 스무 번도 넘게 헛탕쳤던 곳이 문이 열려있자 꼭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계동커피


계동커피의 커피가 정말 마셔보고 싶었는데, 커피 끊은지 반 년이 넘어 꾹 참았습니다.

가뜩이나 불면증인데 커피 마시면 내일은 쉣더뻑 될테니까요....

이미 계동커피의 뭘 마시고픈 생각보다 너무 문을 안 여니까 '오기'로 한 번 와 보고 싶었습니다.


밀크티를 한 잔 시키고 멍하니 앉아서 마셨습니다.



처음 왔지만 변한 느낌

꽤 쌀쌀하고 추웠던 날이었는데, 옆에 기름 난로가 있긴 했으나 켜주진 않았습니다. 딱히 영업할 마음은 없으신 듯 했습니다.

가게는 커피점이라기 보다는 그냥 공방에 가까웠습니다. 손님이 앉을 자리는 이 테이블 하나 남은 채 온통 공예품과 도구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왔는데, 너무 여러 번 헛탕치며 와보고 싶어했던 곳이라 그런지 이미 커피점이라기보다 공방으로 변해있는 모습이 서운했습니다.


나서며 대체 언제 문을 여시는지 여쭤보니, 매일 오후 2시 이후에는 계신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제가 학교 갈 때가 오후라 늘 오후에 왔는데 단 한 번도 문을 안 열었던데...

놀랍도록 문 안 연 날만 골라온거라고요?


거짓말 하는 아이 쳐다보는 눈빛이었는지, 제가 몇 차례나 왔는데 늘 닫혀 있었다고 하니 하시는 말씀인지


최근에는 커피보다 인터넷으로 공예품 판매에 주력하고 계셔서 잘 안 여신다는 이야기를 덧붙이셨습니다.


사장님이 뭔가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거기에 푹 빠지시는 분인가 봅니다. 커피가 좋으실 때는 커피에 푹 빠져 계동 커피가 정말 맛있다는 소문이 나게끔 열정적으로 내리셨던 것 같고, 지금은 공예품에 열정을 불사르고 계신가 봅니다.


문득 예전에 '공하고 공하다'라는 말에 꽂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불교신자인 현정이에게 물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깊고 심오한 뜻이었으나 제가 못 알아듣자, '지금의 관계도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니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우정이라는 것이 늘 그 형태 그대로 영원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든 그 형태 그대로 영원하지 않기에 소중한 것이라고...


사장님이 커피에 열정을 불사르시던 순간이 영원할 수 없기에 그 때의 커피맛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새로운 것에 끌리시고 다른 것에 에너지를 쏟으실 수도 있는데, 제가 가보고 싶다고 그 자리에서 계속 커피를 내려주시길 바란 것이 욕심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늘 그 자리에

너무 수 십번 헛탕쳤던 계동커피 여서 그런지, 날이 스산해서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지... 유독 생각이 많았습니다.

공방으로 변한 모습에 섭섭한 마음이 들자, 그 자리에서 늘 똑같이 있어주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젠가 국악원 원장님께서 늘 그 자리를 지켜주시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언제든 북촌에 가면 국악원이 있고 원장님이 계시고... 그래서 아직 그대로라는 말을 하며 들를 수 있도록...


새삼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참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런 곳(?)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고요.

혹시 그 블로그 아직도 있나 찾으실 때, 늘 여기서 뻘글과 정보글과 개똥철학과 연애질 탐구를 하고 있을게요.....



💬 댓글 3

이름을 저장합니다.

최근글 thumbnail 운전면허증 갱신, 벌금낸 것이 허무해지는 간단한 갱신방법 9 thumbnail 코로나 속의 평범한 일상 6 thumbnail 길에서 처음보는 여자 번호 물어볼 때 6 thumbnail 사소한 말 한마디에 울컥, 내가 예민한걸까? 6 thumbnail 첫 키스 흑역사 만들지 않고 잘하는법 15 thumbnail 처음 참가한 마라톤 대회, 5km 완주 후기 2 thumbnail 처음보는 남자가 길에서 번호 물어봤을때 여자 심리 81 thumbnail 남사친에서 남친 안 돼? 친구 고백 거절 이유 3가지 135
인기글 thumbnail 1년만에 마련한 재난가방 준비물10 thumbnail 카톡 차단한 사람에게 카톡 선물 보내면?21 thumbnail 휴대폰 액정 깨짐, 3천원으로 깨진 액정 자가수리 후기24 thumbnail 여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행동 신호, 끼부림 스타일32 thumbnail 여자로서 매력있는 색기있는 여자의 특징31 thumbnail 이별통보 하는 여자의 마음 심리 - 헤어진 여자친구 다시 사귀는 법79 thumbnail 여자친구가 삐졌을 때 풀어주는 방법 - 여자의 마음 심리30 thumbnail 남자 고백 거절한 후 여자의 심리 변화 4단계68
요즘 서울 지하철이 많이 붐비다고 하든데 남여가 붇어⋯ 💬김짱구 걍 안정환 팬이라서 이혜원 까고싶다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ㅇㅇ 성형미인보다 성형 안한 추녀가 낫다는 본인 정신승리 💬ㅇㅇ 전화 걸기 무섭게 소리샘 연결로 이어지는 사람이 있었는⋯ 💬지나가다 탈퇴한 계정에 체크카드 등록되있는데 전부 없어진거겠죠?⋯ 💬고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