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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로 목적지 빨리 가는 방법

· 댓글개 · 라라윈

택시타고 빨리가는 팁

서울에 살 때는 귀찮아서 택시 타는 경우가 잦았으나, 남양주로 이사오고 나서는 절박해서 타는 날이 많습니다. 청량리역에서 경춘선 타야 되는데 버스나 지하철 갈아타기에는 시간이 빠듯할 때 택시를 타요. 청량리역에서 경춘선 놓치면 다음 열차는 3시간 후에 있고 (...), 상봉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청량리역 경춘선 시간표
알흠다운 청량리역 경춘선 시간표 ㅠㅠ


이런 상황에서 택시를 타는데, 지금까지 100% 제 시간 내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간단한 팁인데, 막연하게 "빨리 가 주세요! 급해요!" 라고 하지 않고, 구체적 목표를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 제가 청량리역에서 7시 10분 열차를 타야 하는데요, 7시까지 청량리역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라고요. 그러면 기사님들은 빠르게 해법을 찾으십니다.



미션 컴플리트 사례

#1 실시간 교통정보가 빛났던 날

카카오네비와 T맵 예상 시간을 교차 확인해서 그 시간까지 갈 수 있는지 확인해 주셨습니다.


"글쎄요. 지금 카카오네비로는 도착이 어려울 것 같은데... 티맵 한 번 확인해 볼게요."


라고 하시더니, 티맵으로 찍으니 6시 50분이면 도착한다고 나왔습니다. 기사님도 저도 티맵 실시간 정보를 믿고 고고씽 했어요. 중간에 기사님이 길 헤매셔서 유턴까지 한 번 했으나, 예상시간보다 빠른 6시 40분에 청량리역에 도착했습니다. 카카오네비와 티맵 네비 사이에 시간 차이가 컸던 이유는, 제가 카카오택시 호출할 때는 청량리역 경춘선으로 검색했고, 기사님은 청량리역 1호선으로 검색하셔서 였습니다. 경춘선으로 입력하면 막히는 길이 나왔고, 1호선으로 가는 것은 내부순환도로를 이용한 빠른 길이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교차 확인해주신 택시 기사님 덕분에 6시 40분에 도착해서 오뎅까지 사 먹고 여유롭게 차를 탔어요.


#2 영화 택시 찍었던 날

아주 빠듯한 날도 있었습니다. 몸이 굉장히 피곤해서 청량리역의 경춘선 10시 10분 차를 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불광역에서 9시 30분이었습니다. 대중교통 갈아 타서는 도저히 시간 내에 차를 못 탈 것 같아, 버스에서 내려서 택시를 탔어요. 우선 여쭤보고, 도저히 30분 안으로 청량리역은 무리라고 하시면 상봉역으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10시 10분 차를 타고 싶고, 지금 30분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택시 기사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말 없이 쌩쌩 달리셨습니다. 청량리역까지 가는 길을 굉장히 잘 알고 계셨어요. 죄송스럽게도 중간에 신호도 한 번 무시하고 정확히 시간 맞춰 데려다 주셨습니다. 얼마나 빨리 가주셨는지 청량리역에서 버스카드 찍는데 환승으로 찍혔습니다. 30분도 안 걸렸나봐요.


택시 빨리가는 방법


#3 연륜이 빛났던 날

어떤 분은 네비 예상시간 뿐 아니라, 경험으로 시간을 맞춰 주시기도 했습니다. 제가 7시 차를 타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방금 동대문 쪽에서 왔는데 가는 방향이 굉장히 막혔어요. 그 쪽은 항상 퇴근 시간에 막히기 때문에, 도저히 그 시간에 맞출 수 없어요. 종로5가 지하철역에 내려줄테니까 거기서 1호선 타고 가면 10분이면 청량리역에 도착하니까 그 시간에 갈 수 있을 거에요."


라는 대안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기사님이 빠른 길로 가까운 1호선 전철역에 데려다 주신 덕분에 제 시간 안에 가서 경춘선 탔어요.



시간을 말씀드리면 빨리 가 주시는 이유는 뭘까?

예전에 봤던 TV프로그램이 떠올랐습니다.

남편에게 부탁할 때 막연하게 "빨래 좀 개놔요." 라고 하지 말고, "8시까지 빨래 좀 개놔요." 라며 시간 기한을 정확히 제시하면 남편들이 부탁을 들어주는 비율이 확 높아졌습니다. 막연히 빨래 개라고 하면 내 일이 아니나, '8시까지'라는 시간 제한이 생기면, '8시까지 해야 하는 내 일'이라고 인식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저도 모르는 사이, "제가 ㅇㅇㅇ역에서 ㅇㅇ시 차를 타려고 하는데, ㅇㅇ시 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요?" 라고 여쭤보는 것이 그런 효과를 낸 걸까요?


남자 시간 제한효과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에서 아내가 시간을 이야기했을 때 임무를 완수한 것은, 부탁한 일을 끝내고 홀가분해지려고 시간 제한을 두는 것이 좋았다는 것이지, 시간을 알려줘서 좋으셨던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럼 뭘까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이 경우가 바로 '목표 공유 효과' 였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택시 기사님께 목적지만 분명히 이야기하지, 일정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몇 시까지 도착해 뭘 할 예정인지는 공유하지 않죠. 그러면서 급하니까 빨리 가달라고 재촉만 하는데, 택시 기사님 입장에서는 "택배 빨리 보내주세요" 같은 느낌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안 급해도 그냥 하는 말처럼 들리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반면, 구체적으로 시간을 말씀드리면,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어떤 경로를 택해야 미션을 완수할 수 있는지 고민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요점은 택시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으면, 무조건 "빨리 가 주세요." 라고 하는 것보다, 정확한 목표 시간을 말씀드리는 것이 서로 행복해지는 방법 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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