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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가 갖고 싶은 꿈 vs 현실의 책정리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서재가 갖고 싶은 꿈 vs 현실의 책정리

저의 꿈 하나는 근사한 서재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공부방 한 면에 책장이 꽉 들어차 있는 정도가 아니라, 책으로 둘러쌓인 공간을 갖고 싶었어요. 도서관 뺨치게 많은 책들이 한 가득 꽂혀있는 서재를 상상만해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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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근사한 서재 인테리어를 보면 스크랩도 많이 해 두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햇볕 잘 들고, 책이 엄청 많고, 편안히 기대어 책을 볼 수 있는 쇼파가 있는 서재를 만들거라는 부푼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에서는 이 나이면 근사한 서재가 있는 집에 살 것 같았지만, 현실은 서재는 고사하고 공부방 겸 옷방 하나에 감지덕지하고 있습니다. 꿈의 서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젠가의 서재'를 위해 책들을 고이 고이 모셔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재의 꿈을 이루기 전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첫번째 위기는 작업실에 더 이상 책을 모셔둘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고, 두번째 위기는 부모님이 이사를 하면서 본가에 있는 제 책들을 가져가라고 하신 것이었습니다.

집에 있는 책을 가져오기 위해 작업실의 책을 먼저 정리 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유루리 마이의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링크)>를 읽고, 매주 버리고 정리하는 재미가 들려있던 터라 금방 정리를 했습니다. 작업실 책장 절반 정도를 비웠습니다. 이제 본가에 가서도 욕심내지 말고 작업실 책장에 꽂을 수 있을 만큼만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큰 가방 2개만 챙겨갔습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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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나중에 아이 낳으면 물려주려고 소중히 간수한 어린이 도서들, 고전, 명서들, 애지중지 비닐 포장까지 해서 보관한 책들, 어렵게 구했으니 갖고 있는 자료들... 이 책은 이래서 소중하고, 저 책은 저래서 소중했습니다. 작업실에 있는 책은 제가 산 것들이라 쉽게 버릴 수 있었는데, 집에 있는 책들은 아빠 엄마가 사 주신 책들이라 더욱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가져올 책만 2박스 고르려고 했으나, 선택 장애가 와 버렸습니다. 책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사람들이 책이 3천권이다, 5천권이다 할 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저도 책만 수 천권이었습니다. 끄집어 내놓고 보니 양이 상당했습니다. 일주일 넘게 매일 퇴근후 집에 가서 책을 치웠습니다. 끝이 안 보입니다. 몸이 너무 고되니, 소중해서 어쩔 줄 몰라하던 마음은 점점 사그러들고 어떻게든 빨리 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책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책정리 1단계:   옷 정리하듯이 몇 년 간 한 번도 안 읽은 책은 내 놓는다.


- 나쁜 책

박경철 선생님의 독서법 "좋은 책을 읽는 것보다 나쁜 책을 읽지 않는 것이 낫다" 를 떠올리며, 별로인 책을 골라냈습니다. 작가의 유명세 때문에 기대하고 샀지만 별로였던 책, 번역이 거지같은 책, 한 번 읽은 것으로 족한 별 내용 없는 책들을 내 놓았습니다. 별로인 책을 골라서 버리는 것은 쉽고 속시원했습니다.


- 훌륭한 책이지만 나랑 안 맞는 책

'책이 불쌍해'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읽혀야 할 좋은 책인데, 저를 만나 새 것같은 상태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먼 훗날의 서재도 좋지만, 아직 새 책 같을 때 기증하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지금은 읽지 않지만 좋아하던 책

저는 이 부분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책도 수명이 있어 '정리' 결심을 도와주었습니다.

너무너무 좋아하던 책들은 오래 오래 가지고 있으려고 비닐로 싸 놓기도 했는데, 그래도 종이가 삭고 낡아졌습니다. 그리고 책도 유행과 발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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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1990년도에 출판된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이고, 오른쪽은 2011년도에 출판된 <노는만큼 성공한다> 입니다. 종이질도 다르고, 글자체, 편집이 상당히 다릅니다. 최근의 책만 볼 때는 몰랐는데, 옛날 책을 보니 글씨도 흐릿하고 촌스럽고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 그보다 2~30년된 책에서 나는 퀴퀴한 곰팡내, 손 끝에 먼지 묻는 듯한 느낌이 별로였습니다.

게다가 좋은 책들은 계속해서 더 깔끔하게 편집되어 나왔습니다.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도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세프>로 새롭게 출판되어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1990년도 책은 반납하고 새 책을 빌려왔습니다.


정말 좋아했던 책임에도 20년 넘으니 내용은 좋아도 활자와 편집이 촌스럽고, 책장을 넘길수록 손에 뭔가 묻는 것 같아서 장갑이라도 끼고 읽어야 할 것 같은 것을 보니... 먼 훗날의 서재를 위해 4~50년 모셔두면 정말로 손이 안 갈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귀한 초판본 같은 것은 없어서, 절판된 책들만 남겨두고 정리를 했습니다.



책정리 2단계: 팔 것, 기증할 것, 버릴 것을 나눈다. (여력있으면 선물할 것도)


- 팔 것

알라딘 중고서점에 검색해보니, 책 정가의 2~30%에 팔 수 있었습니다. 어떤 책들은 천 원 밖에 안 주기도 하고요. 

그동안은 책 값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팔려고 보니 이제서야 '본전' 생각이 났습니다. 만원 넘게 주고 산 책들인데 2~3천원 밖에 안 되다니요. 책 가격을 따지다가 다시 책장을 보니, 책장에 꽂힌 것이 수 천만원 어치라는 것이 확 와 닿았습니다. 단순히 만원으로만 계산해도 5천권 * 1만원 만 해도 5천만원 어치였습니다. 물론 전공서적이나 두툼한 책들은 정가 만원 넘는 것들이 대부분 입니다. 책장에 BMW 한 대가 있었다니...


- 기증할 것

천원, 2천원, 3천원 받고 팔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들은 기증했습니다.

저는 도서관에 기증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해서, 전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을 했습니다. 단행본은 년도 상관없이 기증을 받고, 전집은 2007년도 이후 것만 기증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래된 전집은 전부 버렸는데, 지역 도서관에서는 오래된 전집도 기증을 받는다고 합니다. 지역 도서관에서 기증받아서 산간벽지 도서관에 다시 보내주신다고 합니다.

>> 책 기증 방법 (아름다운 가게, 지역 도서관)


- 버릴 것

오래된 전집, 너무 낡은 책, 너무 오래되어 맞춤법이 요즘과 다른 책 등은 버렸습니다.


- 선물할 것

제가 책 수 천 권을 정리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친구는 "그렇게 수 천권을 기증할 거였으면 나도 몇 권 줘." 라고 하였습니다. 

저도 기증을 하기 전에, 책을 사랑하는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친구들에게 먼저 갖고 싶은 책을 고르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사진 찍어서 보여주고, 어떤 책을 갖고 싶은지 물어봐서 그 책만 따로 빼놓고, 따로 포장해서 보내주거나 다음에 만날 때까지 가지고 있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할 기운이 없었습니다. 빨리 정리를 끝내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 점은 지금 돌이켜봐도 아쉽습니다. 정리는 한꺼번에 하면 진이 빠져서 기력이 없으니, 틈틈히 해야 합니다.. ㅠㅠ



책정리 3단계: 책을 집에 쌓지 말고, 머리와 마음에 쌓는다.


정리 끝에 7박스 정도를 가져 왔습니다. 꽂을 곳이 없어서 아직도 몇 박스는 그냥 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니, 서재에 대한 꿈을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가득 꽂아둔다고 해서, 읽은 책을 또 읽고 또 읽는 일이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전공서적은 다시 볼 때가 있어도, 소설 책이나 실용서를 다시 본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왜 책을 소장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서재를 만들고 싶어서.' 도 있지만, '한 번 봤다고 내용을 다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서' 우선은 보관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번 볼 때 정리를 해 두지 않으니, 나중에는 어느 책에서 본 내용인지 헷갈렸습니다. 심지어 책 정리를 하기 전 까지는 저 책을 제가 읽었다는 기억조차 없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보기 전까지 기억나지도 않았으니...


어차피 내 머릿속에 없으면 없는 것 입니다. 우선 저장해두고 나중에 봐야지, 라며 모아두었던 자료치고 다시 본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는 한 번 읽을 때 정리를 해두고, 나중에 보겠다며 보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책정리 4단계: 디지털 자료를 적극 활용한다.


예전에 <이어령의 서재> 방송을 보며, 이어령 교수님이 자료를 디지털화 하시는 것이 놀라우면서 의아했습니다. 아날로그 자료 나름의 가치가 있는데, 굳이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그니님이 북 스캔을 하셔서 디지털화 하실 때(링크: 커터칼로 북 스캔을 해봤습니다)도, 번거롭게 스캔을 해서 디지털화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야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은 저보다 책과 자료가 더 많아, 책장이 차고 넘치셔서 먼저 디지털화를 시작하셨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가능한 이북으로 구입하고, 갖고 있는 것들 중에도 스캔해서 디지털 자료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꾸려고 합니다. 좋은 책들은 계속 나오고, 봐야 할 자료는 계속 늘어나서, 물리적으로 가지고 있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가 꿈꾸는 서재 인테리어가 바뀌었습니다. 책들로 둘러쌓인 서재가 아니라, 텅빈 공간에 편안한 쇼파 하나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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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꿈은 책으로 가득한 서재였는데, 이제는 실제로 또 보고 또 보는 책만 남겨두고, 한 번 읽고 끝날 책들은 가지고 있지 않는 간결한 서재를 가지고 싶어졌습니다. 왼쪽과 같이 근사한 서재를 갖는 것은 요원하지만, 오른쪽과 같이 간결한 서재는 머지않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정리를 좀 더 열심히 하면...



<책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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