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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많이 한 질문, 내가 지금 뭐 하려고 그랬지?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하루하루 사노라면: 내가 지금 뭐 하려고 그랬지?

시작은 맥딜리버리 주문이었습니다. 출출하길래 맥딜리버리 시키려다가 이번달 해피밀 장난감이 궁금했습니다.


"해피밀 장난감 지금은 뭐 주지?"


에서 시작하여 검색해보니, 지금은 펭귄 피규어를 주고 있었습니다. 영화 주인공 같은데 이 영화는 뭐지? 라는 이어지는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다음 영화를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영화를 보다보니, 옆에 있는 "아무도 못말린 클라라 충격" 이런 것이 나옵니다.




클라라 충격 뮤직비디오를 두고 댓글창에서는 서로 욕을 하며 난리가 났습니다. 그냥 별 생각없이 클릭했다가 눈 버린 느낌인데, 안구 정화를 시켜줄 것 같은 "모니카 벨루치 모태미녀 인증"이 보입니다.




모니카 벨루치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 입을 헤 벌리고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행복한 화보 더 없나 하며 기웃거리다가 카사디안 제너 자매의 파티도 눌러보았습니다. 이어서 "8살 구찌 회장 딸의 포스"가 보여 또 클릭을 했습니다.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많은터라, 셀마 헤이엑과의 사이에서 예쁜 딸을 둔 사연도 재미있었는데, 아랫부분에 등장한 린다 에반젤리스타 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린다 에반젤리스타와 구찌 회장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는데, 마침 어제 친구와 이 주제로 한참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남자가 여자를 덮치는 것도 문제지만, 여자가 작정하고 임신을 하면 남자는 속수무책 아니냐는 이야기로 한참 논쟁을 했었는데, 바로 이런 기사를 보니 또 관심이 갔습니다.

여기에 대해 더 검색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기업은행 전화번호였고, 기업은행 응암점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길래 흔쾌히 응했습니다. 기업은행 응암정 직원 분들이 일처리 정말 잘 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이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담하는 분의 두 번째 질문에 빈정이 상했습니다.


"12월 24일 오후에 기업은행 응암점에 방문하셨죠?"


"아닌데요. 어떻게 알고 저에게 전화를 하셨나요?" 라고 되물었더니, 그날 입출금 기록이나 기업은행 사용 내역이 있어서 그걸 보고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확 뒤집어 졌습니다. 고객센터에서 멋대로 제 거래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는데 짜증이 밀려온 겁니다.

정보 관리를 이따위로 하니 맨날 털리나 봅니다. ㅡㅡ;

몇 마디 실갱이를 하며, 어떤 경로로 저에게 전화를 하게 되었는지 과정을 파악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시 멍했습니다.


'내가 뭐 하고 있었더라?'


모니터를 보니, 창 하나에는 패리스 힐튼의 화보가 있었고, 다른 창 하나에는 작업하려고 맥도날드 주문 페이지가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네, 저는 맥도날드 배달을 시키려고 해피밀 장난감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피밀 장난감 펭귄 영화를 찾다가 무려 한 시간이나 멍때리며 연예인 화보, 연예인 뒷 이야기 따위를 읽고 있었던 겁니다. 훌쩍 한 시간이나 딴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벌써 저녁 6시야???"


오늘 낮동안 한 일을 되새김질 해봅니다. 점심 먹은 것 말고는 딱히 뿌뜻하게 제대로 처리한 일이 기억나지 않는 날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허무한 날을 보내고 나면, 밤에 자기 전에 다시 다음날 계획을 세웁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딱 3시간, 딱 5시간 정도만 집중하면 끝낼 수 있는 일인데, 자료 검색하려고 인터넷을 켜는 순간 다른 곳으로 새서 멍 때리다가 몇 시간을 보내는 날이 흔합니다. 휴대폰으로 검색하려고 켰다가, 메세지 와 있는 것을 보면서 수다 떨기 시작해서 몇 시간이 훌쩍 갈 때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묻습니다.


"내가 뭐 할려고 그랬더라..?"


이렇게 인터넷 때문에, 스마트폰 때문에, 집중을 못 하고 있노라면, 이런 문명의 이기가 독(毒)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인터넷이 있어서 예전에는 백과사전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찾던 정보를 순식간에 찾게 되었는데, 대신 백과사전 찾던 시간 이상 다른 짓을 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이 있어 너무 좋은데, 그 덕분에 언제나 방해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스팸 전화까지 방해를 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인터넷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는 책에 파묻혀 몇 시간을 책만 읽을 수도 있었고, 무언가를 하다보면 계속 붙잡고 할 수 있었습니다. 바보상자 TV만 조심하면, 시간 괴물이 별로 없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이런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부터 이 글 하나를 다 적기까지 수없이 많은 것들이 저의 시선을 사로잡고, 홀리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듭니다. 올해 제가 제일 많이 한 질문이 바로, '내가 지금 뭐 하려고 그랬지?' 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저는 이 글을 쓰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만족스러운 솔로임에도 불구하고 연애하고 싶은 순간에 대한 글을 끄적이고 있었습니다...... 딴 짓, 그리고 딴 짓, 또 딴 짓의 무한루프...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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