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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잡아주기 실험 2년 : 문잡아줄때 여자 반응은 당연, 남자는 화들짝?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생각거리 :  문잡아주기 실험 2년, 문잡아줄때 여자 반응은 당연 남자 반응은 화들짝?

남자분이 문잡아주는게 (당연한) 매너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모르는 사이임에도 남자분들이 다음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잘 잡아주시더라고요. 그러나 문을 잡아주면서도 짜증나는 경우가 정말 많다는 것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몇몇 남자분들이 말씀하시길, 문이 무겁고 큰 것이 많으니까 잡아주는 것은 별거 아는데, 문 잡아주는데 반대편에서 미는 여자,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지나가는 여자들 보면 마음이 상한다고 합니다. 남자라고 한없이 문을 잡고 있을 수도 없는데 남자는 지나가건 말건 자기 먼저 가겠다고 하는 여자들 보면 얄밉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문을 잡아주는 입장이기보다, 누군가 잡아주면 쏙 지나가는 사람이라 문잡아줄때 짜증나는 심정을 전혀 몰랐습니다. 들으면서 다소 여성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자만 그러는 것도 아닐텐데, 여자들 문 잡아줄때 짜증난다고 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한 번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약 2년 넘게 기회가 될 때마다 문을 잡아주어 보았습니다. 확실히 남자와 여자의 반응이 다릅니다.



여자가 문을 잡아줄 때, 여자는....

음...... 왜 욕하는지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얄미운 여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ㅠㅠ


여왕마마 행진형

문을 잡아주면, 고맙다는 말은 커녕, 시종이 문 잡아주는 것처럼, 턱을 치켜세우고 도도히 입장하시는 여왕 마마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여자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북촌의 편의점에서 나오는 외국인 미녀들을 위해 문을 열어줬더니, 고마워하기는 커녕 당연히 여기며 무심히 지나갑니다. 


문잡아주기, 문잡아줄때


사진 속 킴 카사디안처럼 눈도 안 마주치고 의전 받으시듯 합니다. 문잡아주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전세계 어디에나 있고, 여자의 비율이 좀 높은 듯 합니다.


대문놀이형

제가 문을 잡아주면, 이어서 문을 잡는 것이 아니라, 제가 문을 잡고 있는 팔 아래로 지나며 대문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였습니다. 마치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12시가 되면은 문이 닫힌다" 놀이 하듯 제 팔 밑으로 쑥쑥 지나갑니다.


문잡아주기, 문잡아줄때


으어어어.. 저는 언제까지 문을 잡고 있으라고 이러는 건가요... 대문놀이 하듯이 제 팔 아래로 지나가면 문에서 손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다치고 그 사람도 다칠 것 같으니까요.


배려형

물론 여자라고 해서 다 얌체같이 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볍게 목례 정도 하고 지나가는 여자도 많고, 언젠가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는 문 열어서 잡아드렸더니 "고마워요!" 라며 고개 숙여서 인사하고 지나가시기도 했습니다.


문잡아주기, 문잡아줄때


문을 먼저 잡아주고, 이어서 문을 잡아주는 여자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얄미워서 잡아줬던 유리문을 다시 닫아서 콱 다치게 하고 싶은 얌체들이 꽤 많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ㅠㅠ



여자가 문을 잡아주면, 남자는..

여자가 문을 잡아주자, 화들짝 놀라는 남자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백화점에서 남자분이 들어오길래 문을 열어서 잡아줬더니, 정말 놀란듯 동공이 확장되고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시는 분도 봤습니다. 그리고 놀라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저의 2년여의 실험 결과로는 2~30대(처럼 보이는) 남자들의 경우, 상당히 놀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이런 반응을 보니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남자의 머릿속에 '여자들은 문을 안 잡아준다' 라는 생각이 있기에, 제가 문을 잡아줬을때 화들짝 놀라며 고맙다고 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정말로 여자가 문을 잡아줄거라는 생각이 없는지, 어떤 총각은 제가 은행 유리문을 잡아주고 있었는데, 옆문을 열고 나가기도 했습니다. 자기를 위해서 문을 잡아주었을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 했나 봅니다.

여자가 남자를 위해 문을 잡아주면 놀라거나, 자신을 위해 잡아준게 아닐거라고 여기는 것을 보니... 여자들이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반증같아 찔리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흔한 반응은 자연스럽게 남자분이 이어서 문을 잡고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문잡아주기가 생활화 되신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물론 남자 가운데도 임금님처럼 거들떠도 안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주로 어르신, 아저씨들이 그러셨으나,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문잡아줄때 짜증나는 이유

저에게 문잡아줄때 여자들 짜증난다고 했던 분이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이야기 하시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제가 2년 넘게 문잡아줘보니 얄미운 여자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유모차 끌고 오셔서 문 잡아드렸는데, 여왕마마 입장하시듯 턱 치켜들고 눈 한 번 안 마주치고 지나는 분들 보면 잡아주던 중간에 유리문 확 놔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사진은 관계없는 사진입니다)


문잡아주기, 문잡아줄때


제가 여자라 더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남자들에게 문 잡아주는게 매너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남녀 체급 차이 입니다. 커다란 유리문은 무거워서 여자들은 힘에 부치는데 남자는 여자보다 힘이 세니까 잡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같은 여자인데도 제가 문 잡아주는게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보니, 그건 그냥 둘러대는 말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매너'라고 포장하여 자신이 배려받고자 했을 뿐, 다른 여자, 다른 사람을 배려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 보였습니다.


문잡아주는게 별거 아니긴 하지만, 나름 소소한 배려입니다. 다음 사람이 따라오는지 신경써서 둘러도 보고, 잠시 시간을 내어 마음을 쓰며 잡아주는 것 입니다. 그럴 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아니 고맙다고까지 하지 않더라도 가볍게 목례나 미소만 지어도 서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너무 사소한 것인데, 사소한 기본조차 없는 것 같으니 짧은 순간 마음이 상하는 듯 합니다.



문잡아주기, 밝은 미래

학교에서는 종종 문 잡아주기 릴레이가 펼쳐집니다. 앞에 나가는 학생이 다음 학생이 나올때까지 문을 잡아주고, 다음 학생이 그 다음 학생을 위해 문을 잡아줍니다. 여학생 남학생 가릴 것 없습니다. 여학생이 자기 키 1.5배는 되는 거대한 문을 잡고 다음에 나오고 있는 남학생을 기다리고, 그렇게 배려받은 남학생이 가볍게 목례하며 이어받아 다음 학생을 위해 문을 잡아줍니다. 여학생 남학생 가릴 것 없이 문을 잡아주고, 누군가 잡아주면 고맙다고 고개를 까딱하거나 "고맙습니다~~" 라며 지나갑니다.


문잡아주기, 문잡아줄때


어린 학생들이 많은 대학에서 사소한 문잡아주기 배려가 몸에 벤 일상적이라는 것은, 나름 밝은 미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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