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이제 10살 넘도록 모쏠이면 심란?
버스에서 아주 귀여운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퇴근 시간이라 어른들은 파절이처럼 피로에 쩔어 눈에 핏줄이 서 있는 와중에, 이 아이들은 세상 에너지는 다 가지고 있는 듯 활기차 보였습니다. 뭐가 그리 재미난지 한참 잘 놀다가, 진지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귀요미 1 : "너 모쏠이야?"
귀요미 2: ... (의외의 공격에 당황한 듯 침묵)
귀요미 1: "너 아직도 모태솔로냐고?"
귀요미 2: "아니야. 나 모태솔로 아니야. 사겨봤어."
귀요미 1 : (실망한 듯 한 숨을 쉬며) "그렇구나. 이러다 모태솔로로 두 자리가 되겠어...."
으어어어어. 두 자리라니. 제 나이에는 앞자리가 3이냐, 4냐, 5냐 이게 고민인데, 아홉살 어린이에게는 나이가 두 자리가 되는 것이 그런 기분인가 봐요. 그보다 충격을 받은 것은 10살이 되도록 연애 못 해봤다는 것에 저리 낙담하고 심란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서른 살, 마흔 살, 쉰 살 모쏠도 있는데.... ㅠㅠ
귀요미1은 진지하게,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듯한 모쏠 탈출 가능성이 있는 남학생 세 명에 대해 설명하며, 어떻게 해야 나이가 두 자리가 되기 전에 모태솔로 탈출을 할 지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3~40대의 경우에는 어린이집을 안 다니고 유치원부터 사회활동을 시작하다 보니, 빨라야 초등학교 때 연애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어린이집부터 다니다 보니 그만큼 사회화도 빠른지 네 다섯 살 때부터 커플링 주고 받으면 사귀는 꼬마들이 꽤 많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큰 아홉살 꼬마에게는 열살이 되도록 모쏠인 것이 제 또래 사람들이 서른 살 되도록 모쏠인 그런 기분인가 봅니다.... ㅠㅠ
40대, 50대 모태솔로 비율은?
10살까지 모솔일까봐 고민하는 아이를 보니, 점점 연애 양극화도 심해지는 듯 합니다.
일본에서 조사한 결과, 20대 모태솔로 비율이 남자 53.5%, 여자 34.4% 였는데, 4~50대 모태솔로 비율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4~50대 남자 모태솔로 비율은 남자 28.1%, 여자 24.1% 였습니다. 4~50대가 되어도 남자 셋 중 한 명, 여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모태솔로 입니다. 2016년 조사이니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왜 4~50대까지 모태솔로인지 이유를 물으니, 특별한 이유가 없다 (34%), 연애가 귀찮다 (27%), 연애에 서툴다 (22%) 였습니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귀찮아서, 연애를 안 할 뿐 입니다. 일본 사례를 든 이유는,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모태솔로 비율 조사 같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연구 계획 단계에서 까일 지도....)
이렇다면, 어떤 이들은 10세 이전부터 연애를 하고, 어떤 이들은 50세 이후로도 연애를 안하는 상황이 되나 봅니다. 연애 할 자유, 연애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폭넓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처럼 연애 경험이 빨라지고 많아질수록 나이 먹고 연애하는 사람들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50대 솔로가 듣기 쉬운 말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가 한창 인기일 때는 안 보고, 매우 뒤늦게 지난 주말에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준비가 되고도 남았어야 할 만큼 나이가 많아요. 하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죠.
난 그런 것을 참을성있게 기다리기에는 나이가 많고요."
아..... ㅠㅠㅠㅠ
나이 많은 사람들의 연애가 힘든 이유를 간략히 요약한 것 같았습니다.
저 나이면 알겠지...
알긴 개뿔요....ㅠㅠ 나이를 먹는다고 존경받는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나이를 먹는다고 연애 능력이 절로 올라가진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대하죠. 저 정도 나이면 인생 경험이 많으니, 연애를 해보지 않았어도 사람 대하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뭘 좀 알거라고요.
하지만 연애는 해 봤어도 다른 사람과 사귀기 시작하면 또 새로 시작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첫째 키워 봤어도 둘째는 다른 종족이라고 하시듯, 연애도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하는거니까요.
이 나이에 도전하긴 싫어....
"내가 20대면 기다리겠지만, 지금은 싫다." "어렸을 때면 맞추고 애쓰고 하겠지만, 지금은 좀 더 잘 맞는 사람을 만나 편히 가고 싶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노력하기 싫다는 겁니다.
결국은 악순환 입니다.
이 나이 먹었으니 노력하긴 싫다 -> 연애 능력 저하 -> 저 나이면 뭘 좀 알겠지 기대 -> 기대에 비해 미흡한 연애능력 -> 하지만 이 나이 먹었으니 노력하긴 싫다
다른 많은 것들이 그렇듯, 행복한 연애도 노력없이 뚝 떨어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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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네요
그쵸!
열살도 되기전에 마법을 잃다니 ㅠ
서른 넘도록 모쏠로 버티면 마법을 쓸수있는데
문득 아이들이 마법 이야기를 모르는게 아닌가 싶네요 ㅠㅠ
ㅎㅎ 뭐~~~ 평생은 어떨까요? ㅎㅎㅎ
꼭 몇 년 안이어야 할 필요 없겠네요!
저도 평생에 한표 입니다.
문득 평생 모태솔로 셨던 분은 몇 분일지 궁금해지네요. 일본에서 몇 년 뒤 해보려나요... :)
저도 3년만 더 있으면 모태솔로로 40대를 맞겠네요.
예전에 인터넷에도 유명했던 라라윈님의 '30대 남자가 연애에 적극적이지 않은 진짜 이유'를 읽고 많이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연애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도 성욕이외에는 딱히 이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미도 다양해서 심심할 틈도 잘 못느끼겠구요.
연애는 결혼이든 해야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없는건 아니지만 제가 약간 진보적이라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틀(적절한 시기의 연애, 결혼 등)에 꼭 맞춰야 한다는 결론으로 도달하게 되네요. 어쨌든 일반적인 틀에서 보면 약간 이단자에 속하고 한국사회에서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 안쓰고 살 수도 없으니 아직까지 이래저래 힘들어하고 있습니다ㅋ
30대 중반의 모태솔로입니다.
연애에는 너무 소질이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사는데 가끔 궁금하기는 합니다.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가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글 재미있게 잘보고 갑니다~^^
어릴적 부도나서 집안이 기울고, 그 이후로 꽤 가난한 삶을 오래살게 되면서 그냥 자신감 자체가 크게 하락하더군요. 이리 되니 연애전선에도 문제가 생김.
나에게 호감 가지고 다가오는 이성이 있어도 내가 피하고 밀어내고 있고, 친구들이 등떠밀어 반 억지로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도 주머니 걱정을 했죠.
그리고 먹고살기 빠듯하니 연애는 그냥 남 이야기기도 했고... 그래도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살다 보니 인연이 생기긴 하는데, 결국 그놈의 주머니 사정이 계속 발목을 잡더군요.
드라마에서야 다 이겨내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하지만 현실은 만만찮죠. 정신없이 살다 보니 서른 훌쩍 넘어 있더라구요.
그리고 지금은 그럭저럭 먹고살만하고, 여유도 생겨서 주변을 돌아보긴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먹고사는 것, 주머니 사정만 생각하고 살았던지라 일단 시작부터가 문제긴 하네요. 그래도 최대한 깔끔하게 입고 다니고, 머리도 잘 손질하고, 말도 이쁘게 하려 노력하고 뭐 그러네요. 이러니 은근히 다가오는 이성이 생기긴 하는데, 경험이 별로 없다보니 역시나 시작이 어렵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