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 Home
  2. 생활철학/생각거리
  3. 핸드폰 집에 두고 왔을 때...

핸드폰 집에 두고 왔을 때...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일상 이야기 : 핸드폰 집에 두고 왔을 때... 반나절 만에 생기는 증상

아침에 나와보니 휴대폰을 집에 고이 모셔 두고 나왔습니다. 휴대폰에 있는 메시지 확인하려고 보니, 휴대폰을 의자에 올려놓고 그냥 나온 것을 알아챘습니다. 몰랐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휴대폰을 두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계속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오늘은 대체 휴일이지만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테니 긴 연휴 지나고 업무 시작하면서 연락을 많이 할 것만 같아 불안했습니다. 오전 시간 내내 불안해 하다가, 계속 불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혀 초조해 하느니 집에 가서 휴대폰을 가져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결국 점심 시간에 집에 다녀왔습니다.

집에 가는 동안,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렇게 일부러 집에 다시 왔는데 휴대폰에 연락 한 통도 안 와 있는 것은 아닐까..

설령 연락이 왔다고 해도, 오늘 밤에 연락해도 큰 문제가 생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불안한걸까..

휴대폰이 뭐라고 집까지 돌아가는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휴대폰 집에 두고, 핸드폰 집에 두고 왔을때,


연락 한 통도 없는데 괜히 혼자 설레발 쳤을까봐 그것도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휴대폰에는 부재중 전화도 한 통 와 있고 문자도 두 개 와 있었습니다.


부재중 전화 한 통은.... 제가 제 전화기 찾느라 건 것이었습니다. ㅡㅡ; 문자는... 오늘같은 추석 대체 휴일 아침에 보도자료 보내놓고 보도자료 확인하라는 문자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카드 긁었다는 비씨카드 문자였습니다.


젠장.


뭐하러 날도 더운데 집까지 다시 와서 핸드폰을 가지러 온 걸까요.

아무 곳에서도 연락 한 통도 없었는데.... ㅡㅡ;

생각해 보니 가까운 사람들은 전화를 안 받으면 메신저로 연락을 했을테고, 먼 사람들은 전화를 안 받으면 이메일을 보냈을 겁니다.

그리고 전화를 가지고 있어도 못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굳이 이렇게 집까지 다시 와서 핸드폰을 가지러 갈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작 휴대폰 집에 두고 왔다고 일이 손에 안 잡힌다는 둥, 불안하다는 둥, 발을 동동 구르다 급기야 집에까지 돌아온 것을 보면... 저도 병인 것 같습니다. ㅠ_ㅠ

제가 편하자고 쓰는 휴대폰인데 어느샌가 휴대폰에 정신과 육체가 사로잡혀 있는 기분이에요.


휴대폰 뿐 만은 아닙니다.

멍청하니 페이스북을 들여다 보면서 사로잡혀 있습니다.

페이스북 담벼락을 들여다 본다고 해서 즐거워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나 이렇게 사랑받고 있다.

나 이렇게 호사스럽게 살고 있다.

나 오늘 이런데도 왔다.

같은 자랑이거나


ㅅㅂ 이게 나라냐

세상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같은 욕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니면 근거없는 기사들 입니다.

20대에 해야 할 수 백가지 일들, 30대에 해야할 일들, 먹어봤어야 하는 일들, 알아야 할 것들, 12가지, 20가지 등등을 합치다 보면 끝도 없습니다.


그도 아니면 펌글입니다.

때때로 제 글을 교묘히 편집해서 자신의 글인양 올리는 페북거지들도 종종 봅니다.

페이스북 담벼락을 들여다 보면서 미간이 찌푸려질 때면 되묻게 됩니다.


'나는 왜 페이스북 담벼락을 쳐다보고 있는가...'


사실 안 보면 그만입니다. 페이스북만 끊어도 이런 모든 불쾌함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제가 들여다 보면서 짜증난다고 하는 자체가 모순입니다.


스마트폰도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에 매여사는 것이 싫으면, 제가 신경을 끊으면 됩니다. 제가 매여서 계속 신경을 쓰고 확인을 하면서, 스마트폰이 나와서 오히려 삶이 퍽퍽해졌다는 둥의 소리를 하는 것이 모순입니다.


누구를 위한 기술이냐며 되묻기도 하지만...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쓰는 사람이 얼마나 현명하게 쓰느냐의 문제일텐데..

저는 지혜로운 사용자가 아니라 멍청한 사용자인 것 같습니다.



p.s.1. 점심때 집까지 가서 스마트폰을 들고 왔으나... 지금까지 문자 한 통, 메신저 하나 오지 않았습니다.  

p.s.2. 더 한심한 점은... 제가 5~6년 전에도 이런 고민을 하면서 글까지 적은 적이 있으나, 그 사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 입니다. 


2008/12/18 - 젠더가 없으면 바보되는 핸드폰

2008/01/21 - 인터넷이 없어진 하루


저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요....

💬 댓글 개
최근글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