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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말 "초상화 그려줘."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의 미대생 이야기: 미술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말 "초상화 그려줘~"

"미술해? 그럼 나 초상화 하나 그려줘~"
"아.. 미술해? 그럼 어디 내 초상화나 하나 그려봐봐."
미술을 배우고 전공한다고 할 때,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면서 가장 곤란하고 듣기 싫은 말입니다.
우선 "니가 그렇게 잘 그린다며? 어디 나 보는데서 한 번 해봐. 뭘 그리냐면, 내 얼굴이나 하나 그려봐."하는 식으로 실력테스트 해보자는 듯이 이야기 하시는 분들 때문에 기분이 상할 때가 많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는 '잘 그린다는 것을 칭찬해 주고, 잘 그린다니 내 초상화나 하나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 일지 몰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가 심사관이야? 뭐야? $#^%%$^&^*('하는 불쾌한 마음이 드는 것 입니다. 
이와 다르게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 경우도, 곤란한 것은 매한가지 입니다.
'미술 전공했으면 그림 잘 그릴거고, 그까짓거 하나 그려주면 되지 뭐 그렇게 어렵다고 그러나?' 하실 수도 있습니다. 왜 초상화 한 장에 난처해하냐구요?

이런거 생각하신 듯...


1. 잘 그려봤자 본전도 못찾는 그림


초상화는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것이다 보니, 잘 그려도 못 그려도 좋은 소리를 못 듣습니다.
초상화의 감상포인트는 대체로 '얼마나 닮았느냐?' 입니다.  그런데 이 '닮았다'는 것은 자신이 느끼는 것과 남이 느끼는 것이 매우 다릅니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그 사람의 결점도 포함된 특징이 잘 나타나 있어야 닮았다고 느끼는데, 본인이 볼때는 자신의 장점이 잘 나타나면서 결점은 가려져야 닮았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본인의 모습과 정말 똑같이 잘 그려주면,  주변 사람들은 명작이라며 감탄하지만  본인들은 100% 불만족 합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컴플렉스들이 있어서, 그 부분이 그림에 드러나면 싫어합니다.  예를 들어 토끼이빨같은 앞니나 단추구멍같은 눈이 특징인 분은 그렇게 그려야 본인을 닮은 그림이 됩니다. 하지만 본인들은 그런 특징이 나타난 그림이 맘에 안드는 것이죠.
사진을 함께 볼 때 옆에서 보기에는 그 사람과 정말 똑같이 잘 나왔는데, 본인들은 그런사진을 매우 못 나온 사진이라 생각하며 싫어하는 것과 같은 것 입니다. 카메라로 정확히 포착된 사진은 사진을 찍은 사람이 있어도 기계가 포착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덜 기분 나빠하지만, 초상화의 경우는 그림을 그린 사람에 의해 자신의 콤플렉스가  까발려진 것 같고, 자신을 그런 모습으로 봤다는 데 더욱 기분 나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초상화를 선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약간 미화를 해서 그리곤 합니다. 하지만 미화를 했어도 본인들은 여전히 "덜 예쁘게 그려졌다." "덜 잘생기게 그려졌다." "내가 이렇게 생겼냐."하면서 불만족 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렇다고 심하게 미화해서 그려줘도 문제입니다. 그러면 확실하게 주인공과 안 닮았기 때문에, 그림 못 그린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결국 본인과 똑같이 그리면 본인이 싫어해서 문제, 많이 미화해서 그리면 본인을 안 닮아서 문제이니 참 난처한 것 입니다. 그러니 '초상화는 본전찾기도 힘든 그림'입니다. 

2.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미술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어떤 물체를 보고 똑같이 옮겨그리는 정도는 기본으로 하긴 합니다. 하지만 대학 입학후에는 전공에 따라 사실적인 그림은 아예 그리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미술의 세부전공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미술 전공= 그림그리는 것'이라고 알고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미술전공은 우선 크게 순수미술과 응용미술로 나뉩니다. 순수미술에는 서양화, 동양화, 판화, 조소, 도예 등이 포함되고, 응용미술은 시각디자인, 텍스타일 디자인, 의상디자인 등등의 디자인 과목들과 미술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들이 포함됩니다.
이 중에서 순수미술 분야의 서양화, 동양화를 배우는 학생들이 가끔 초상화를 배우는데, 요즘은 미술의 트렌드가 그리는 것에서 설치하고 영상물을 찍는 등 다양화 되어서 순수미술의 회화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그림을 그리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본인이 초상화에 관심이 있어 지속적으로 그리는 몇몇을 빼고는 초상화는 아예 안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아무리 대학입학할 때 사실적인 묘사력이 뛰어났었다해도, 오래동안 그리지 않으면 실력이 녹습니다. 또한 사실적인 묘사를 잘 한다고 해서, 모두가 얼굴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잘 그리는 것은 절대아닙니다.
그러니 초상화가 미술전공자의 기본처럼 생각하고, 그 정도는 당연히 그릴 수 있겠지 하며 부탁을 하면 난처해집니다. 이는 축구선수에게 공을 가지고 하는 것은 똑같으니 야구를 해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일 수도 있는 것 입니다.
 

3. 애써서 그려줘도 잘 보관을 하지도 않아서


여러가지 곤란한 점을 감수하고서도 초상화를 그려드릴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선물받은 그림을 취급하는 태도에서 서운하고 속상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경써서 그려줬어도 언제든 다시 뽑으면 되는 프린터에서 뽑아낸 출력물처럼 대충 가지고 있고, 막 굴리는 것 입니다.
물론 그림을 그린 사람의 입장에서는 소중한 창작물이지만,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쓸모없는 종이쪽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그림 그리는 사람이 못 보는 곳에서 버리는 예의는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대충 파일같은 곳에 꽂아두었다가 폐품에 휙 함께 버리기도 하고, 마구 흘리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런 현장은 안 봐야 좋은데, 그림은 자식마냥 내 손에서 태어난 것이라 그런지 그렇게 흘리고 버린 것이 유난히도 눈에 잘 띕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목격하고 찾아내는 것이 제3자도 아닌 그림그려준 사람일 때가 많습니다. 짧은 쪽지 하나를 써줬어도 버렸거나 흘린 것을 보면 불쾌한데, 그림은 정말 속상합니다. 
물론 액자에 끼워 간직하거나, 코팅이라도 해서 가지고 있어 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 굴리고, 그냥 버리고 하는 경험을 몇 번 하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그림그려주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 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초상화를 원하는 이유는 뭘까?


많은 분들이 수많은 장르 중에 유독 초상화를 원하는 이유는 뭘까요?
풍경화나 정물화보다, 자신을 그려준 초상화가 가장 의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정물화나 풍경화의 경우도 자신을 생각해서 그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정물화나 풍경화는 주제가 자신은 아니다 보니 의미가 덜하다 느낍니다. 그래서 풍경화나 정물화를 선물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매우 만족스러워 하시는데, 초상화를 선물하면 불만족 하시는 경우가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주변에 미술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러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원래 비슷한 전공끼리 함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이 미술전공이 아닌 경우 아는 사람 중 미술전공자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술전공하는 사람을 알게되면 이러한 부탁을 하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 입니다.
물론 전문 초상화가에게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아는 사람이 그려주었다는 것이 더 의미가 크기에 부탁을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미술을 한다고 하니까 다른 할 말이 없어서 "미술하면 초상화나 하나 그려주세요."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런 이유에서 정말 갖고 싶어서 부탁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또한 진심으로 부탁하시는 분들은 쉽게 말씀 꺼내신 것이 아니라 조심스레 이야기하신 것도 압니다.
이렇게 부탁하시지 않아도 초상화 한 점 선물해 드리고 싶을 때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얼굴을 그리기에 의미가 더욱 커지면서, 그만큼 쉽지 않은 그림이 초상화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일 많이 들으면서도, 가장 곤란한 말이 초상화 그려달란 말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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