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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지키는게 투쟁이라고? 어이없는 준법투쟁

· 댓글개 · 라라윈
월요일.. 열차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역에 도착했습니다.
가보니 철도노동조합의 준법투쟁으로 인하여 열차가 제 시간보다 늦게 출발한다고 합니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만 준법투쟁으로 제 시간보다 늦게 출발하고, KTX는 제 시간에 출발을 하였습니다. 몇 분 간격으로 계속되는 안내방송에도 급한 승객은 다른 운송수단(KTX? ㅡㅡ;;)을 이용하라고 합니다.

"철도노동조합의 안전운행 준법투쟁으로 인하여 우리 역에서 운행하는 새마을, 무궁화호는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열차가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여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급하신 승객께서는 다른 운송수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11시 5분에 여수로 가는 무궁화호를 이용하실 승객께서는 대합실에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원래 출발역인 서울, 용산 등은 15분 전이면 열차가 준비되어 있어 여유롭게 기차에 앉아 여행을 준비하는 낭만을 즐길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따로 표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 맞추어 내려가면 되어 타는 곳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날은, 준법투쟁으로 인해 기차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에 많은 사람들이 대합실에서 서성였습니다.

11시 11분인데도 11시 5분에 출발하는 열차 개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 문제는 얼마가 지연되는지 표시되지도 않습니다.
결국 11시 5분 열차는 22분에 개표를 시작하고, 역에서 5분여를 떨면서 기다리니 들어와서는 29분 늦게 출발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29분 늦게 출발하고, 목적지에는 예정시간보다 17분 늦게 도착했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12분정도 빨리 도착한 셈인데... 도대체 준법은 어떤 부분에서 한 것인지 궁금해 집니다.

준법투쟁을 처음 접했던 것은 학창시절이었습니다. 지하철 노조에서 준법투쟁을 한다고 하더니, 지하철이 기어갔습니다. 지각할까봐 엄청나게 마음 졸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궁금했던 것이 그러면 그동안은 빠르게 운행하는 것이 '불법이었던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법을 준수하는 것은 권장받을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법을 지키는 것이 투쟁의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무척 씁쓸합니다.
물론 준법투쟁이라는 것은 작업장에서 필요한 업무를 가장 최소한으로만 유지하거나, 보안규정이나 안전규정을 필요 이상으로 아주 엄격하게 준수함으로써 작업능률과 생산능률을 일부러 저하시키는 행위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실상과 규칙(법)이 동떨어져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안전운행준법투쟁 역시 절차와 규정에 맞는 안전운행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역으로 말하면, 그 동안 철도노동자들은 공사의 이익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하여 부족한 인력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근무를 해왔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번 투쟁의 목적은 단순히 철도노동자의 임금인상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철도공공성 확보를 통한 민영화저지, 비정규직 철폐, 이미 사측과 합의되었던 해고노동자의 원직복직 에 있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수색 차량사무소에서 출발 차량의 충분한 사전 점검을 내세우며 작업규정 지키기 투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출
발하는 열차 대부분이 10분에서 40분까지 지연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을 보며 아쉬운 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무궁화, 새마을호만을 대상으로 했는가 하는 점 입니다. 
가뜩이나 KTX만을 증편하고,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는 감소하여 차량이용이 쉽지 않아졌습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좌석이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새마을, 무궁화호만을 대상으로 준법투쟁을 하게 되면, 바쁜 서민들은 울며겨자먹기로 KTX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 입니다.  

두번째, 서민들의 교통수단을 인질삼아 투쟁을 하는만큼 불편을 겪는 서민들에게 투쟁의 목적을 이해시키기 위한 약간의 노력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예전 KTX 여 승무원 문제로 투쟁을 할 때, 안내방송을 하고, 현수막을 걸고, 유인물을 나누어 주기에 왜 그들이 투쟁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약간의 불편은 이해해 줄 수 있었습니다. 당장 나에게 불편이 올지라도 그들 역시 생계가 걸린 절실한 문제임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에는 투쟁때문에 기차가 늦는다는 말 뿐, 노조측에서 시민들에게 정당한 투쟁이유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 역시 집에 와서 인터넷을 살펴보고서야 왜 투쟁을 하는지 알 수 있었지, 기차역에서는 전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보니 이번 투쟁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를 부탁하는 내용도 있던데, 지지를 호소하기에 앞서 불편에 대한 양해와 이해를 먼저 구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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