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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준비 걱정을 덜게 만들어 준, 친구의 여유로운 결혼식

· 댓글개 · 라라윈

결혼 준비 부담 덜어준, 친구의 결혼식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어가노라니, 결혼할 사람 찾는 것도 걱정이지만, 결혼식 준비도 걱정이었습니다. 결혼식 준비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 하도 많이 들어서, 상상만 해도 진이 빠졌습니다. 결혼 준비하노라면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정도는 기본이었고, 돈이 많이들어 경제적으로도 시달리고, 고된 시부모, 장인, 장모 만나면 정신적 데미지도 보통이 아니며, 결혼 준비의 험난한 과정을 어찌어찌 해내고 청첩장 돌릴 때도 안 섭섭하게 말 안나오게 잘 처신하는 과정이 여간 골 아픈게 아니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결혼식을 하면서 크고 작은 일들로 마음에 상처 입는 과정들을 생생히 지켜본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많은 간접경험이 쌓이다 보니, 결혼식을 생각하면 핑크빛 환상으로 잠시 부풀다가 주위의 고된 경험담이 떠오르며 암울한 불안이 엄습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결혼하면서 스트레스 거의 안 받고 결혼식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는데,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 기준대로 쓸데없다 생각되는 것을 생략하려면, 먼저 부모님을 잘 설득해야 하고, 주위의 훈수꾼들을 쳐내며 홀로 투쟁에 가깝게 꿋꿋하게 밀어부쳐야만 가능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의 동갑내기 친구가 저의 로망이었던 여유로워 보이는 결혼식에 성공했습니다.


펜션예약 하듯 결혼식장 예약

결혼식장 예약도 결혼 안 한 사람에게는 미리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부분입니다.

6개월 전에 예약 안하면 결혼식장이 없다, 1년 전부터 해야한다, 등등의 말이 많으니까요.

그러나 친구는 정말 멋졌습니다.


남자친구가 지인의 결혼식장에 다녀왔는데, 그 곳이 예전에 친구도 가 본 적이 있는 예식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곳 음식 어떠냐고 묻고, 남자친구도 괜찮다고 하여, 달력보고 날짜를 정한 뒤, 예식장에 전화해서 가능한지 물어보고 바로 예약을 했다고 합니다. 마치 여행갈 때 펜션 예약하듯 결혼식장 예약을 한 것 입니다.

결혼 날짜 정하는 것도 꽤 편하게, 서로의 스케쥴 상 제일 편한 날로, 하객 중에 일요일에 교회가는 사람이 많으니 토요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약금 입금해주고 결혼식장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과감한 예단예물 생략

20대 중반에 봤을 때 제일 많이 싸우는 것이 예단이었습니다. 시댁에서 '천만원 달라, 오백만원 달라', 이런 식으로 요구를 하면 없는 돈을 끌어서 빚을 내서라도 그 돈을 맞추느라 애를 먹더군요. 시댁에서 딱 금액을 정해줘도 어렵지만, 말을 안해도 마음 고생을 하는 것은 매한가지 였습니다. 500만원 드리기도 버거운 처지일지라도, 500만원만 드렸다가는 시댁을 무시하냐는 소리를 들을까봐 전전긍긍하는 것이었습니다. 생략을 한다 해도, 최소한(?)의 것들로도 충분히 감정이 상하곤 했습니다.


제 동생이 결혼할 때는 예단 벌 수 때문에 투닥거렸습니다.

다 생략하기로 하였으나 양가 부모님 옷 한벌씩은 하기로 하였는데, 제부의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으니, 저희 아빠 양복은 안 해주고 엄마 것만 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엄연히 아빠가 계신데 옷 한 벌을 아끼는 것 같자 저희 집에서는 빈정이 상했고, 제부쪽에서는 그러면 엄마 아빠 옷을 다 해줄테니 아버지 대신 아버지 같은 큰 형 옷을 한 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저희 아빠가 양복 많으니 있는 것 입으면 된다고 하셔서 양가 어머님 한복만 하고 끝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동생은 그나마 20대에 결혼했으니, 나이 먹으면 좀 덜할까 싶었는데 30 중반에 결혼하는 언니 오빠들을 보니 상황은 더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30대에 결혼하는 분들, 특히 대기업 다니는 언니 오빠 결혼 때는 어김없이


"이깟 양복 하나 못하니? 그 나이먹고 돈도 안 모았대니?"


같은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제 나이가 한 살 두 살 더해지며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도 '나이는 먹고 모아놓은 돈도 없냐, 예단으로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냐'는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농후하니까요.

그런데 제 친구가 결혼하면서 정말 과감하게 예단 예물을 다 생략하렸습니다. 신랑도 이에 동의했고, 예비 시어머님도 흔쾌히 생략하자고 하셨다고 합니다. 일부 생략이 아니라 과감히 전부 생략하기로 하고 보니 결혼이 아주 간단해 졌다고 합니다.



결혼 전날 친구 선물 준비하는 신부

결혼 하기로 했다고 하면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말이 "정신없지~?" "많이 바쁘겠네.." 입니다. 그리고 이 인사말은 지난 수년간 늘 잘 통했습니다. "정신없지~? 많이 바쁘겠네.." 라고 하면, 신랑들 중에는 "몰라, 와이프가 다 알아서 해. 난 가서 좋다고 고개만 끄덕이면 돼. 대신에 관심있게 리액션 안하면 안돼 ㅎㅎㅎㅎ" 이런 친구들이 몇 있었으나, 신부들은 대부분이 "정말 정신이 없어. 시간은 부족하고 할 건 너무 많아.." 라는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에게 똑같이 인사를 건넸는데


"응? 나 준비할거 없는데.... 글쎄. 남들은 원래 다 정신없다는데 난 할게 없네.."


라는 처음 들어보는 답을 들었습니다.

응? 원래 이 질문에 신부들은 다 바쁘다고 해야 되는데.... 이상했습니다.


결혼식 당일에도 깜짝 놀랐습니다.

신부 대기실에 갔더니 바구니 하나 가득 미니 부케를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결혼식 전날 자신의 부케를 만들다가 시간이 남아 저희들에게 줄 미니 부케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장미도 사다가 꽃잎도 뜯어서 포장해 두었습니다...


결혼식 미니 부케


보통 결혼식 전날은 마사지도 해야 하고, 챙길 것도 아주 많고, 마음도 심숭생숭하여 경황이 하나도 없다던데... 결혼식 전날에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친구들 선물까지 만들었다는 여유에 정말 놀랐습니다.

신부가 무척 편안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이니, 보는 친구들도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친구가 멋진 결혼식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시어머니의 적극적인 협조와 예비 신랑과 친구의 확고한 철학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친구는 결혼하는데 '식'을 위한 비용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아까웠다고 합니다. 폐백 비용, 한복 대여 비용, 꽃 장식, 축포, 부케, 케익 등 단 30분을 위해 써야 되는 돈을 최대한 절약하거나 생략했다고 합니다. 신랑도 이에 같은 생각이었고, 시댁과 친정 모두 두 사람의 의견을 따르고 지지해주셨다고 합니다. 친구에게도 몇 가지 신경쓰이는 것들이 있었을지도 모르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지혜롭게 넘긴 것 같았습니다. '어떤 말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다'가 아니라 웃음소재로 승화시키며 넘어가 버렸습니다. 결혼도 마음먹기 나름,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결혼 준비가 아니라, 결혼 준비를 떠올리면 나와 생각이 다른 결혼 관계자들과의 전투준비를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던 저에게 친구의 결혼식은 멋진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결혼한다고 스트레스 받고 정신없어서 또 스트레스 받는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결혼할 수 있다는, 그 일이 정말로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결혼을 못한 것이 결혼식 준비 걱정때문만은 아니지만... ㅠㅠ 친구 덕분에 용기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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